씻을수 없는 상처 딛고, 가정꾸려 애까지 낳았는데…
2017.10.23 20:16
수정 : 2017.10.23 20:16기사원문
"어디선가 살아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사랑하는 가족 품으로 꼭 돌아왔으면 해요. 제 마지막 소원입니다"
12년 전 대구에서 홀연히 사라진 딸 김미진씨(당시 39세)를 기다리고 있는 김모씨는 눈물을 삼키며 이같이 말했다.
23일 경찰청과 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김씨 가족에게 절망과 슬픔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 것은 무려 29년 전. 딸의 불행이 시작된 1988년 그날을 김씨는 절대 잊을 수 없다.
김씨는 딸이 결혼을 하고 새로운 가정을 꾸려간다면 혹시나 병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미진씨는 좋은 남편을 만났고 혼인서약을 하고 결혼식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남부러울 것 없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갔다. 미진씨가 39세가 되던 2005년 2월에는 예쁜 아들도 세상에 태어났다.
그러나 아들이 태어난 지 100일 정도 지난 2005년 5월 22일 또 한 번의 시련이 다가왔다. 당시 대구 달성군 하빈면에 살던 미진씨 가족은 친척 결혼식에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산후조리 중인 미진씨만 제외한 채였다.
결혼식에 참석한 가족들은 서둘러 돌아왔지만 미진씨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급한 마음에 동네 구석구석을 찾으러 다녔지만 누구도 미진씨의 행방을 알지 못했다. 동네 공판장 앞에서 서성이는 모습을 봤다는 이웃의 증언 외에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3년이 지난 2008년에는 미진씨 남편마저 공장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다. 남은 아들은 외할아버지.할머니의 손에 맡겨졌다. 세월이 흘러 미진씨 아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우수한 성적으로 가족을 기쁘게 하고 있지만 김씨는 엄마를 그리워하는 손자를 볼 때면 마음이 아프다.
딸의 소식은 여전히 감감무소식이지만 김씨는 절대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는 "낯선 사람이 우리 애를 차에 태워 가지 않았을까 추측할 뿐"이라면서 "손주가 100일 때 떨어졌으니 엄마 얼굴을 기억 못하지만 요새도 엄마 얘기를 자주 한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