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와 월드시리즈의 홈런 감상법

      2017.10.30 20:06   수정 : 2017.10.30 20:06기사원문


야구는 바둑처럼 복기가 가능하다. 미세하게 다시 들여다보면 새록새록 보인다. 가을야구의 백미는 홈런이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올 한국시리즈와 월드시리즈. 승패의 분수령이 된 두 개의 홈런을 되짚어 본다.

먼저 지난 28일 벌어진 한국시리즈 3차전부터. KIA가 두산을 6-3으로 이긴 경기다. 그 여세로 KIA는 29일 4차전까지 내리 이겼다.
3차전은 9회 초 터진 대타 나지완의 2점 홈런이 승부를 갈랐다.

나지완의 홈런을 충분히 감상하려면 세 가지 단서부터 먼저 살펴봐야 한다. KIA는 4-3 한 점차의 살얼음 판 리드를 지키고 있었다. 선발 투수 쪽은 KIA의 우세지만 구원 부문은 반대다. 오히려 두산이 앞선다. 그러니 9회 말 수비(두산의 공격)를 앞둔 KIA 김기태 감독의 마음은 편치 않았을 것이다.

9회 초 6번 안치홍이 좌전 안타로 출루했다. 첫 번째 단서. KIA 김기태 감독의 변심이다. 김기태 감독은 이번 시리즈서 보내기 번트를 최대한 자제했다. 25일 1차전서는 3-5로 뒤진 8회 말 무사 1, 2루서도 강공을 선택했다. 결과는 6번 안치홍의 병살타.

그런데 이번엔 7번 김선빈에게 보내기 번트 사인을 냈다. 김선빈은 올 시즌 수위타자. 팀 내서 가장 안타 확률이 높은 타자를 희생시켰다. 김기태 감독의 변심은 두 번째 단서로 이어진다. 결과론적이지만 첫 번째와 두 번째 단서가 없었더라면 나지완의 대타 홈런도 없었다.

두 번째 단서. 8번 타자 김호령이 우익수 플라이를 날렸다. 2루 주자 안치홍이 3루까지 갈만큼 깊숙했다. 타구가 조금 짧아 안치홍이 2루에 마물렀더라면 나지완의 홈런은 나오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유는 곧 나온다.

바로 세 번째 단서다. 투수 김강률의 포크볼 사용금지. 3루에 주자가 있으면 투수는 함부로 포크볼을 던지지 못한다. 혹 폭투라도 나오면 허무하게 점수를 주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 점차 승부의 한국시리즈라면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선 포크볼을 던지지 못한다.

김강률은 시속 150㎞ 강속구를 구사한다. 그런데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김강률의 또 다른 무기는 포크볼. 직구와 적절히 섞어 던지면 위력이 배가되는 구종이다. 오로지 직구로만 승부한다면? 150㎞의 구위는 140㎞와 같아진다. 타자는 직구만 노릴 것이고, 그만큼 얻어맞을 확률이 높아진다. 안타보다 더한 홈런을 맞았다.

이번엔 29일(한국시간) 열린 월드시리즈 4차전. 0-0으로 팽팽하던 6회 말 스프링어(휴스턴)의 홈런이 터졌다. 이 한방으로 노히트노런으로 호투하던 알렉스 우드를 끌어내렸다. 2사 후여서 루상의 주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 상황이면 투수는 당연히 홈런을 의식했을 것이다. 홈런을 맞지 않으려면 되도록 낮게, 직구보다는 변화구다. 그렇다면 타자는? 스프링어는 볼 카운트 3-1에서 커브를 기다렸다.
타격 폼이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다. 직구를 생각하다 커브를 만나면 폼이 무너지게 마련이다.
타자와 투수의 수 싸움을 읽는 것, 이것이 야구의 묘미다.

texan50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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