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경우든 한·미 이견 있다는 것, 北에 보이지 말아야"

      2017.11.06 17:26   수정 : 2017.11.06 21:55기사원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하루 앞둔 6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도 거른 채 청와대·외교부·국방부 등 외교안보라인 참모들과 함께 세번째 한·미 정상회담을 위한 마지막 체크리스트를 점검했다. 이미 한.미 정상회담에 임하는 큰 얼개는 정해진 상황. 지금부터는 회담의 성패를 가를 '실수'를 막는 게 최선이다. "이것만은 피하자." 회담장 입장 전 마지막 제언을 외교·경제 원로 및 전문가들에게 들어봤다.



■"미·중 간 균형외교, 불신외교로 치닫지 않도록 하라"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최악의 상황은 미·중 둘 모두에게 신뢰를 잃는 경우"라며 이런 장면만은 막아야 한다고 단언했다. 송 전 장관은 "강대국이 아닌 약소국일수록 국가이익에 부합하는 흔들리지 않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대국들이 볼 때 '저 나라는 저런 원칙이 있는 나라구나' 하는 인식이 들도록 해야 주변국들의 영향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복병은 지난 3일 문 대통령이 아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기한 '미·중 균형외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3불(不) 입장'(사드 추가 배치 없다, MD 참여 안한다, 한·미·일 군사협력 안한다)을 미국 측에 어떻게 설명하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달중 서울대 명예교수는 "균형외교가 몰고올 파장과 그로 인한 불신 해소에 초점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 명예교수는 "전임 박근혜정부 시절 제기된 '중국경사론'의 여진이 아직도 여전히 워싱턴과 도쿄에서 감지되고 있다"며 "'한국은 결국 중국에 붙을 것'이라는 오해의 눈길이다"라고 설명했다. 장 명예교수는 "대중국 관계 회복과 대북 대화 이행과정에서 한·미 관계 역시 더욱 강화하고 발전시키는 고도의 전략적 비전이 필요하다. 정부의 능력이 여기서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도 비슷한 맥락에서 "다른 어떤 것보다도 한.미 양국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북한에 보이지 않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윤 전 원장 역시 "어떻게 보면 한국이 '균형외교'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 게 상책"이라며 "최근 3불 입장이 회담의 갈등사안으로 부상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전 국방부 국방개혁실장)는 "아베 신조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간 식사를 네번이나 한다는 등 일본에서의 환대가 연일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으나, 한국은 미국과 어떤 상황에서도 함께할 것이란 믿음을 준다면 식사 열번 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직접 숫자로 대응하지 말아야"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은 "숫자로 말하지 말라"고 제언했다.

유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 측 참모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직접 거론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문 대통령이 지난번 첫 한·미 정상회담 때처럼 직접 숫자로 세세하게 논하는 건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또 "당당한 협력외교를 한다고 해서 자칫 'FTA 깰 테면 깨봐'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미 FTA 정신에 입각해 한국이 수용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해 가감없이 얘기함으로써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이나 FTA 개정협상을 거론할 수 있는데, 문 대통령이 직접 세세하게 구체적인 숫자(데이터)로 대응할 경우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큰 그림을 논한다는 소위 정상 간 대화의 묘미를 살려가는 게 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가 무력충돌로 이어지지 않도록 한.미 간 세세한 액션플랜(행동계획)도 이번 회담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명환 전 장관은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돌발사태나 무력충돌이 야기되지 않도록 한.미 양국이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이번에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FTA, 소극적 대응은 금물"

주로 경제 원로들은 FTA 개정협상과 관련, '당당히, 전략적'으로 임하라고 조언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을 지낸 윤대희 전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은 "FTA를 폐기한다면 미국 역시 타격이 크다는 논리를 당당하게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실장은 이어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서도 "한국은 미국에서 70억달러어치의 무기를 사오는 막대한 무기구입국이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FTA 개정이 한.미 간 교역 확대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윈윈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19대 국회의원)도 미측 FTA 요구사항에 대해 '받을 것은 받고, 할 얘기는 하는' 현실적인 대응을 주문했다.ehcho@fnnews.com 조은효 박소연 정상균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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