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트럼프 회담, 무역갈등 풀 묘수될까
2017.11.07 22:08
수정 : 2017.11.07 22:08기사원문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무역에 부정적이다. 지난 1월 취임하자마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했다. 이어 미국.캐나다.멕시코가 가입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뜯어고치겠다며 벼르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그의 표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미 한.미 두 나라는 두차례 협의를 마쳤다. 지난 8월 서울에서 1차 특별공동위원회가 열렸고, 이어 10월엔 워싱턴에서 2차 회의를 가졌다. 이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 '폐기' 가능성을 내비쳤다.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계기로 개정협상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한.미 FTA 관련 협의가 신속히 추진되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가 출신이다. 비즈니스맨답게 계산에 능하다. 그 진면목을 일본에서 봤다. 아베 신조 총리는 과공(過恭)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을 극진히 모셨다. 하지만 트럼프는 결정적인 순간에 계산서 내미는 걸 잊지 않았다. 그는 아베와 정상회담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미국은 세계 최고의 군사장비를 보유하고 있다"며 미국산 무기 구매를 대놓고 요구했다.
대미 무역에서 한국은 꾸준히 흑자를 올리고 있다. 5년 전 FTA가 발효된 뒤 흑자폭은 더 커졌다. 사실 대미흑자는 구조적인 측면이 있다. 두 나라 간 무역은 철저히 시장원리에 따라 이뤄진다. 누가 강요해서 더 사고 덜 사는 게 아니란 얘기다. 미국 안에도 한.미 FTA를 두둔하는 이들이 꽤 있다. 이들은 협정문구를 몇 자 고친다고 두 나라 무역수지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안다.
그렇다고 우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불평을 마냥 흘려들을 수만은 없다. 어떤 나라도 특정국가와 고질적인 무역적자를 반기지 않는다. 이는 과거 한국이 일본에 가졌던 불만을 떠올리면 알 수 있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7일 서울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한·미 관계를 고려해 한국이 규제를 풀고 미국 상품을 좀 더 수입할 것을 제안했다. 미제 무기와 함께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는 것도 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한.미 FTA 개정협상엔 당당히 임해야 하지만 적자에 시달리는 교역 상대국의 불평은 달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