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칠리펀트 박신수진 대표 "정치 보드게임 만들어 사회적 기여"

      2017.11.27 19:52   수정 : 2017.11.27 19:52기사원문

칠리펀트는 정치 보드게임을 만드는 기업이다.

박신수진 대표(31.사진)의 말을 빌리자면 시작은 우연했다. 부동산 보드게임인 모노폴리와 모노폴리의 원조 랜드로드를 다룬 동영상을 보고서였다.



상대를 파산시켜야 이기는 모노폴리와 달리 랜드로드는 누구도 파산하지 않고 함께 잘사는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게임이었다.

토지세를 거둬 빈부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생각을 담아낸 게임이다.

20대 총선 직후 정치에 대한 실망감으로 시름에 빠졌던 박신 대표는 무릎을 쳤다.
'바로 이거다. 정치와 친해지는 게임을 만들자.' 박신 대표는 그렇게 칠리펀트를 만들었다.

"정치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봤어요. 이는 곧 교육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맞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죠. 그때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을 접했고, 정치도 게임으로 만들 수 있겠다고 막연히 생각했어요."

지난 24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 대표의 첫인상은 '단단함'이었다. 5명의 팀원과 함께 이제 막 첫발을 뗀 신생기업의 대표지만 어떤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비전은 분명해 보였다.

특히 사회적 기여에 대한 신념은 굳건했다. 칠리펀트의 모토는 '좋은 목적으로 시작한 일로 정직한 수입을 벌어들인다'다.

박 대표는 "시민단체가 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다만 후원금 없이 자립할 수 있는 조직으로 운영하고자 수익모델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가 칠리펀트를 '청년정치단체'라고 소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칠리펀트는 지금까지 △국가원수 △공직사회 △의회정치 등 3개 테마의 보드게임을 만들었고, 내년까지 △정당정치 △국정운영 △사법체계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예컨대 국가원수는 대통령의 책무 등을 살펴 대통령의 자질을 함께 추적하고, 능력카드를 모아 대선에 출마해 당선되는 이가 이기는 게임이다.

박 대표는 "게임을 통해 재미있게 정치를 배우면 흥미가 생기고 정치혐오도 가라앉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렇다고 놀기만 하진 않는다. 활동수업과 강의수업, 공동체수업을 함께 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도 짜뒀다.

칠리펀트는 보드게임을 통해 정치교육 사업을 펼치고 이를 기반으로 정치지원사업, 정치참여사업 등을 벌이는 게 목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소속 출마자를 위한 지원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준비도 한창이다. 일정과 필요 서류, 관련 법령 등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표준화된 공보물 디자인을 제공해 누구든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돕는 식이다.

박 대표는 "청년이나 경력단절 여성, 지역활동가 등도 직업으로서의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과 함께하고 있죠." 거침없어 보였던 박 대표가 털어놨다. 당장은 한국사회적진흥원 지원금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했다. 일부 보드게임에 대해선 "망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래도 즐겁단다.

박 대표는 "정치를 놀이처럼 배우고 또 가르치면서 정치가 직업이 되고, 결국은 정치가 일상으로 들어오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지금은 거기까지 가기 위해 계단을 오르고 있는 것 아니겠어요." 박 대표가 이끄는 칠리펀트의 계단 끝이 궁금할 따름이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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