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의 ‘끝장토론’

      2018.01.07 16:48   수정 : 2018.01.07 16:52기사원문

삼국지의 제갈량(181~234)은 촉나라 유비의 군사와 승상의 직책을 맡을 때 항상 허심탄회하게 부하들의 의견을 청취한 사람으로 유명했다. 대신들의 어려움을 들어주고 해결해 주었고, 주군에 이익이 되는 의견은 널리 받아들였다. 이런 제갈량도 한번은 일처리를 치밀하게 하지 못했다.

이때 동화라는 관리가 여러 차례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제갈량과 의견 대립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제갈량은 동화를 질책하기는커녕 오히려 한편의 글로 그를 표창함과 동시에 여러 사람에게 자신의 정견을 발표했다.
이 글이 바로 '여군하교(與群下敎)'다.

제갈량은 이 글에서 "정치는 모든 사람의 의견 제시가 이뤄져야 더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논쟁이 두려워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기를 꺼린다면 결국 나라가 큰 손실을 입게 된다"고 했다. 여기서 많은 사람의 생각을 모으면 유익함이 커진다는 '집사광익(集思廣益)'이란 말이 나왔다.

기획재정부는 새해를 맞아 청년실업, 규제혁신, 혁신성장 등 16개 과제를 논의하는 '끝장 토론회'를 다음달까지 연다. 3% 성장세를 유지하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달러 원년을 맞는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서다. 토론은 김동연 부총리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까지 진행될 토론회 주제는 청년실업의 구조적 문제, 노동현안, 재정분권, 규제혁신.서비스산업 부진 원인, 보유세제, 저출산 대응 방향, 지출구조 혁신, 중장기전략 수립 방향, 혁신창업 활성화, 신산업 창출 규제혁신 등이 꼽힌다.

기재부가 이번에 추진하는 '끝장 토론'은 새해를 맞아 적절한 시기의 적절한 의도라고 생각한다. 주요 현안에 대한 거시경제.예산.세제.국제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면 보다 나은 정책 방향이 제시될 수 있다. 또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이유로 서로 얼굴 보기가 힘든 기재부 고위 간부들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댄다는 것 자체도 의미가 크다.

하지만 토론이 기재부 내부 관료 중심으로 이뤄지는 부분은 아쉽다. 토론 참석자는 기재부 내부 1급 이상 간부와 관련 국장들이다.

기재부는 '민간 전문가도 참석할 수 있다'고 했지만 '필요하다면'이라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청년실업 대책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모아 해법을 찾아야 하는 주요 과제를 관료 중심의 내부 차원에서만 이뤄진다면 자칫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현안을 바라보는 관료 중심의 '내부 시각'과 민간 전문가들의 '외부 시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회의 내용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도 아쉽다.
많은 사람의 생각을 모으면 유익함이 커진다는 '집사광익'이라는 고사성어는 되새겨볼 만하다.

김서연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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