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운용본부장, 안 뽑나 못 뽑나
2018.01.08 17:06
수정 : 2018.01.08 17:06기사원문
이렇게 된 이유는 뻔하다. CIO 후보감들이 하나같이 손사래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럴 만도 하다. 박근혜정부에서 본부장을 지낸 홍완선씨는 감옥에 갇혔다. 지난해 11월 항소심은 홍 전 본부장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홍씨 후임인 강 전 본부장은 임기가 다 차기도 전에 제발로 물러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건에 얽혀 수난의 연속이다. 이런 자리에 누가 선뜻 가겠는가.
문재인정부는 기금운용본부의 자율과 독립성을 보장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더불어민주당 의원 출신이다. 지난해 11월 김 이사장이 이끄는 국민연금의 정치색이 잘 드러났다. 당시 KB금융지주 임시주총에서 국민연금은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에 찬성표를 던졌다. 찬성률은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총장 여론과 엉뚱한 쪽으로 표를 던진 셈이다.
이른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또 다른 걸림돌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가들이 의결권을 행사할 때 참고하는 지침을 뜻한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시장을 쥐락펴락하는 큰손이다. 이름을 대면 알 만한 국내 기업들은 죄다 국민연금이 대주주다. KB금융 사례에서 보듯 정부는 운용본부를 앞세워 의결권 행사를 뒤에서 조종할 공산이 크다. 이때 모든 책임은 운용본부장이 질 수밖에 없다.
유능한 본부장을 뽑으려면 운용본부의 자율과 독립성 보장이 먼저다. 당장 법 개정이 어렵다면 대통령이 공개 선언이라도 해야 한다. 임기도 손질이 필요하다. 외국처럼 5년, 10년으로 늘리거나 아예 없애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지금은 임기 2년에 추가로 1년 연임하는 식이다. 장기적으론 운용본부를 공단에서 분리하는 것도 검토할 때가 됐다. 기금운용본부의 위상을 높이지 않는 한 유능한 본부장 영입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찾는 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