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성공 '산넘어 산'
2018.01.11 16:50
수정 : 2018.01.11 21:10기사원문
"기술도 있고,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데,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네요."
은행의 혁신벤처 지원을 취재하면서 만난 한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여기서 그가 말한 '넘어야 할 산'은 무엇일까.
핀테크(금융과 기술을 결합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지만 상용화하고 시장에서 성공하기까지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보다 힘들다고 한다. 기술개발 과정의 시행착오, 자금조달의 한계 등이 이유이기는 하지만 스타트업이 체감하는 가장 큰 넘어야 할 산은 '정부 규제'다.
이런 핀테크 스타트업의 하소연은 과거 출입했던 제약.바이오벤처와 오버랩된다. 지금은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지만 불과 1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제약.바이오는 기술력과 해외 인지도에 비해 성과가 미미했다. 규제라는 벽에 부딪혀 연구개발(R&D)이 더뎠고 결과물이 나오는 것도 당연히 늦어졌다. 산업 육성과 규제 완화가 조금만 빨랐으면 글로벌 제약 판도는 변했을 것이라고 바이오벤처 관계자들은 말하곤 했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의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주도 시기도 몇 해 빨랐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렇게 보면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제약.바이오와 금융은 꽤 닮았다. 두 산업은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는 점, 여느 산업보다 정부 규제가 많다는 점, 신기술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규제에 발목을 잡혀 '포텐(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
그래서인지 핀테크 스타트업의 정부 규제에 대한 하소연이 더욱 와닿는다. 전 세계적으로 핀테크 개발이 활발한 지금, 1분1초가 이들에게는 중요한데 정부 규제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는 사이 미국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에서 핀테크 상용화가 한발 앞서고 있다.
글로벌 핀테크 시장은 무궁무진하고,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경쟁력 또한 우수하다. 국내는 물론 세계가 경쟁하는 이 시장에서 규제에 발목을 잡혀 핀테크가 뒤처지는 일이 없으면 한다.
홍석근 금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