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 보내는 北, 비핵화 의지 보이길
2018.02.05 17:19
수정 : 2018.02.05 17:19기사원문
문재인정부로선 평창을 매개로 한 남북 대화가 북.미 대화로 이어지는 게 가장 바람직한 구도일 게다. 그러나 '평화 올림픽'의 앞날이 순탄치 않아 보이는 것도 현실이다. 당장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2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는 간단명료한 메시지를 전달하러 평창에 가는 것"이라고 했다. 만일 북한이 북핵 해법에서 전향적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제한적인 예방적 타격 등 군사옵션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북한이 올림픽 개막 전날인 8일 호전적인 대규모 열병식을 선보인다면 북.미 간 핵 대화는 물 건너간다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로 인해 자칫 올림픽 이후 북핵 문제가 더 꼬인 채 한.미 공조에 금이 갈 소지도 없지 않다. 최근 북의 제안을 수용하는 형식으로 남북이 이런 어두운 전망을 뒷받침하는 신호를 내놓고 있어 걱정스럽다. 얼마 전 미국의 독자제재를 우회해 마식령스키장행 전세기를 띄운 게 단적인 사례다. 북한이 6일 방남할 예술단을 만경봉 92호로 보내겠다고 통보한 것도 마찬가지다. 2010년 천안함 폭침을 계기로 북 선박의 우리 해역 입항을 금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5.24 조치를 허무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간 정부에 평창올림픽을 통해 평화를 넘어 북핵 해법의 단초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풍계리 북핵 실험장 3번 갱도는 언제든 핵실험이 가능한 상태"(국정원 국회 정보위 보고)라면 사태는 심각하다. 관건은 북한의 태도다. 말을 물가로 인도할 수 있지만 억지로 먹일 순 없는 노릇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일(현지시간) 한국특파원단과 인터뷰에서 북.미 간 비핵화 대화가 중요하다면서 북한에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했다. 북한 당국은 그의 충고를 귀담아듣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