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 글씨, 보물로 지정
2018.02.20 09:39
수정 : 2018.02.20 09:39기사원문
추사 김정희는 18세기 말부터 19세기까지의 세도정치 기간에 문인이자 정치가로 활동했으며 금석문의 서예적 가치를 재평가한 추사체를 창안해 한국 서예사에 큰 자취를 남겼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된 3건의 서예 역시 김정회의 이러한 학문적, 예술적 관심과 재능이 구현된 작품으로 앞으로 그의 예술세계를 이해하는데 지표가 될 전망이다.
먼저 '김정희 필 대팽고회'는 작가가 세상을 뜬 해인 철종 7년인 1856년에 쓴 만년작으로 두 폭으로 구성된 예서 작품이다. 내용은 중국 명나라 문인 오종잠의 '중추가연'이라는 시에서 유래한 것으로 "푸짐하게 차린 음식은 두부, 오이, 생강, 나물이고 성대한 연회는 부부, 아들딸, 손자라네"라는 글귀를 쓴 것이다. 평범한 일상생활이 가장 이상적인 경지라는 내용에 걸맞게 꾸밈이 없는 소박한 필치로 붓을 자유자재로 운용해 노 서예가의 인생관과 예술관이 응축된 대표작이다.
'김정희 필 차호호공'은 "잠시 밝은 달을 불러 세 벗을 이루고, 좋아서 매화와 함께 한 산에 사네"라는 문장을 예서로 쓴 두 폭의 작품이다. 두 번째 폭에는 '촉의 예서 필법으로 쓰다'라는 글귀를 넣어 중국 촉나라 시대의 비석에 새겨진 글씨를 응용했음을 밝혔다. 일반적으로 촉나라 예서는 단정하고 예스러운 필치가 특징이다. 이 작품은 금석학에 조예가 깊었던 김정희의 학문이 예술과 결합된 양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필획 사이의 간격이 넉넉하고 자획의 굵기가 다양하며 빠른 붓질로 속도감 있는 효과를 내는 등 운필의 멋을 최대한 살려 김정희 서예의 수작으로 꼽힌다.
마지막으로 '김정희 필 침계'는 화면 오른쪽으로 치우쳐 예서로 '침계' 두 글자를 쓰고, 왼쪽에는 행서로 8행에 걸쳐 발문을 썼으며, 두 과의 인장을 찍어 격식을 갖췄다. 침계는 김정희와 교유한 윤정현의 호다.
발문에 의하면 윤정현이 김정희한테 자신의 호를 써 달라고 부탁했으나 한나라 예서에 '침'자가 없기 때문에 30년간 고민하다가 해서와 예서를 합한 서체로 써 주었다고 한다. 작품의 완성도를 갖추기 위해 수십 년을 고민한 김정희의 작가적 태도와 이러한 김정희를 기다려 준 윤정현의 인내와 우정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해서와 예서의 필법을 혼합해서 쓴 '침계'는 김정희의 개성을 잘 보여준다. 구성과 필법에서 작품의 완성도가 높을 뿐 아니라 김정희의 학문과 예술, 인품을 엿볼 수 있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한 김정희 필 침계 등 3건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 및 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할 계획이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