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위장 평화쇼’ 접고 비핵화 나서길
2018.02.26 17:22
수정 : 2018.02.26 17:22기사원문
무엇보다 문재인정부는 북한이 지금 고립무원의 처지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유엔 안보리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망은 갈수록 촘촘해지고 미국이 군사 옵션까지 만지작거리는 상황이 아닌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여동생 김여정과 김영철 통전부장을 내려보낼 정도로 한국과의 관계개선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혹여 정부가 북핵 제재망에 앞장서 구멍을 내는 자충수를 범해선 안 될 이유다.
평창 폐막식에 참석한 김영철 일행은 27일까지 머물며 정부 측과 접촉할 예정이다. '평창 이후' 남북대화의 모멘텀이 이어지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남북관계 개선 못잖게 북 측이 비핵화를 의제로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도록 설득하는 일도 중요하다. 문 대통령은 김영철 등 북 대표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천명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미 백악관은 25일 북측의 대화 용의와 관련, "비핵화로 가는 첫걸음인지 지켜볼 것"이라고 유보적 반응이었다. 차제에 보다 확실한 비핵화 의지 없이 북.미 접촉이 이뤄지면 별무소용이라는 점을 북측에 주지시킬 때다.
다만 말을 물가로 인도할 수는 있어도 물을 억지로 먹일 순 없는 노릇이다. 비현실적 핵.경제 병진노선에서 벗어나 새 활로를 찾을지, 각종 '남북 교류 쇼'로 제재를 모면하려는 미봉책을 꾀할 것인지는 김정은 정권의 선택에 달렸다는 뜻이다. 패럴림픽으로 이어지는 '올림픽 평화 랠리' 기간은 북한 정권에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북측은 핵과 미사일을 양손에 쥔 채 입에 올리는 '가짜 평화' 공세가 통하리라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그 연장선에서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진정한 비핵화 대화 없이는 체제의 생존 자체가 어려울 것임을 인식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