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사장 연임, 주주에 맡겨라
2018.02.28 17:01
수정 : 2018.02.28 17:01기사원문
KT&G는 얼마 전 사장후보추천위원회를 꾸려 백 사장을 연임시키기로 했다. 이사회도 동의했다. 3월 중순 주총 승인만 남았다. 백 사장이 재임한 3년간 KT&G는 괜찮은 실적을 거뒀다. 해마다 당기순익이 1조원을 넘어섰다. 딱히 주주들이 반대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뜻밖에 KT&G 2대 주주(지분율 7.53%)인 기업은행이 꼬투리를 잡았다. 이른바 '셀프연임' 절차가 졸속이란 이유를 댔다. 사외이사 2명 자리를 요구하기도 했다. 기업은행 대주주는 기획재정부(지분율 55.2%), 곧 정부다. 은행 뒤에 정부가 있다는 걸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어 최대주주(지분율 9.89%)인 국민연금도 사추위 심사 내용을 들여다 보겠다고 나섰다. 국민연금 뒤엔 보건복지부가 있다. 겉으론 기업은행과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하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속마음은 백 사장의 연임을 막는 데 있다. 노조가 '정부의 경영권 침해'를 경고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과거 전매청에 뿌리를 둔 KT&G는 1999년 민영화 절차를 마쳤다. 현재 외국인 지분율은 53%에 이른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KT&G를 공기업으로 여기는 듯하다.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사장이 안 바뀌니까 무리수를 둔다. 앞서 그 등쌀에 우리은행은 무릎을 꿇었고, KB금융.하나금융지주는 용케 버티는 중이다. 시대착오적 행태다.
KT&G는 담배를 팔아 돈을 버는 상장기업이다. 더 이상 정권의 전리품이 아니다. 포스코, KT도 마찬가지다. 연임 판단은 주주에게, 경영자 비리는 법에 맡기면 된다. 당최 이럴 거면 민영화는 왜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무슨 속사정이 있든, 기업은행과 국민연금이 KT&G 경영권 논란에 끼어든 것도 보기에 민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