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연임, 잘한 결정이다
2018.03.04 17:04
수정 : 2018.03.05 09:53기사원문
이 총재는 정통 한은맨이다. 통상 한은맨은 물가를 중시하는 매파 성향을 띤다. 기준금리도 깐깐하게 관리하는 편이다. 하지만 1차 임기 중 이 총재는 되레 비둘기파로 분류하는 게 맞다. 4년 전 취임할 때 기준금리는 2.5%였다. 지금은 1.5%로 떨어졌다. 2016년 6월엔 1.2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앙은행과 달리 정부는 늘 저금리를 선호한다. 성장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진보든 보수든 다를 바 없다. 그 점에서 문 대통령은 굳이 이 총재를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듯하다. 게다가 한은 총재 후보는 국회 청문회를 거친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누가 되든 새 인물은 부담이다.
한은 총재 연임은 40여년 만에 처음이다. 1차 4년 임기 보장은 오래전 뿌리를 내렸다. 하지만 연임만큼은 쉽지 않았다. 5년마다 대통령이 바뀌기 때문이다. 이번에 문 대통령이 새 전통을 세운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주요 선진국을 보면 중앙은행 수장 연임은 예외가 아니라 관행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가운데 윌리엄 마틴 2세(1951~1970년)와 앨런 그린스펀(1987~ 2006년)은 19년 동안 한자리를 지켰다. 마틴 2세는 트루먼부터 닉슨까지 대통령 다섯명이 바뀌었고, 그린스펀은 레이건부터 부시(아들)까지 대통령 네 명이 바뀌었다. 심지어 중국도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이 16년째 재임 중이다. 왜 이렇게 할까. 중앙은행과 정치를 분리하는 게 경제에 좋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주열 총재는 다시 중책을 맡았다. 저금리는 성장을 도왔지만 1450조원대 가계빚 유산을 남겼다. 세계경제는 천천히 그러나 뚜렷하게 긴축으로 방향을 트는 중이다. 이 총재가 풀어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