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노사의 용단
2018.03.26 17:02
수정 : 2018.03.26 17:09기사원문
제조업으로 부국강병을 이룬 독일도 1990년대 제조업의 큰 위기에 직면했다. 당시 내로라하는 독일 기업들은 고임금의 독일을 떠나는 게 붐이었다. 저임금과 생산성이 높은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등 인접국에 해외공장을 짓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아우토5000에 견줄 만한 노사문화의 혁신적 실험이 있었다. 국내 최대 민간 에너지기업인 SK이노베이션 노사가 지난 15일 올해 1.9% 임금인상에 최종 합의한 것. 노사가 올해 임금교섭 상견례를 한 지 1주일 만에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이 잠정합의안은 90.34%라는 역대 최고의 노조 동의를 얻어냈다. 매년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해를 넘기며 노사분쟁을 반복했던 악습의 고리를 끊어낸 것이다. 그 비결은 SK이노베이션 노사가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에 연동해 임금인상률을 정하는 단체협약의 대타협을 이룬 덕분이다. 2014년 유가 폭락으로 창사 이래 첫 적자와 인력감축의 아픔을 잊지 않은 학습효과이기도 하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물가연동제 도입에 합의하며 '회사의 미래를 함께 고민한 성과'라고 평했다. 미국과 중국의 엄혹한 무역전쟁 한복판으로 빠져든 지금의 한국 제조기업들에 꼭 필요한 메시지가 아닐까. SK이노베이션 노사의 용단에 박수를 보낸다.
최갑천 산업부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