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회장 수난, 이 악순환 언제까지
2018.04.17 17:00
수정 : 2018.04.17 17:00기사원문
황 회장 소환은 두 가지 시각에서 볼 수 있다. 법은 모든 이에게 평등하다. 법을 어겼다면 처벌을 받는 게 마땅하다. 임직원들이 정치 후원금을 낸 때는 KT가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설립을 추진하던 시기와 일치한다. 행여 황 회장이 국회 로비용으로 회삿돈을 쓰는 데 간여했다면 잘잘못을 가려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다른 시각은 왜 또 하필 KT 회장인가 하는 점이다. 황창규는 박근혜정부 시절이던 2014년 1월에 KT 회장이 됐다. 3년 재임하는 동안 경영능력을 인정받았고, 지난해 3월 주총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문재인정부가 들어섰고 그때부터 황 회장을 압박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시민단체와 노조는 줄기차게 퇴진을 요구했다. 급기야 올 1월 경찰은 경기도 성남시 본사와 서울 광화문 지사를 압수수색했다. 이어 경찰은 황 회장에게 소환장을 보냈다.
황창규 사례는 눈에 익은 장면이다. 역대 KT 수장은 수난의 연속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제 사람을 앉히려 들기 때문이다. 노무현정부 때 남중수 사장은 2008년 2월 말 연임에 성공했다. 그 직전에 이명박정부가 들어섰다. 새 정부는 남 사장을 그냥 두지 않았다. 검찰은 남 사장을 배임수재 혐의로 잡아넣었고, 파기환송심까지 가는 긴 재판 끝에 남 사장은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받았다.
후임 이석채 회장도 고초를 겪었다. 이명박정부와 가까운 이 회장은 2012년 3월에 연임했다. 그로부터 1년 뒤 박근혜정부가 들어섰다. 그 뒤 무슨 일이 생겼는지는 물어보나마나다. 이 회장은 결국 중도 사퇴했다. 검찰은 회삿돈 횡령.배임 혐의로 이석채를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작년 5월 대법원은 이 회장에게 무죄 선고를 내렸다.
KT는 민간기업이다. 외국인 지분율이 49%에 이른다. 최고경영자를 누구로 뽑을 것인가는 주주의 권한이다. 그러나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여전히 KT를 '민영화된 공기업'으로 취급한다. 마치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 회장 선임에 끼어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 뚜렷한 주인이 없다고 정부가 KT 같은 회사를 제 것인 양 여기는 관행이야말로 적폐다. 이왕 민영화를 했으면 경영 일체를 민간에 맡기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