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옥죌 상법 개정안, 보완책 병행하길
2018.04.25 16:55
수정 : 2018.04.25 16:55기사원문
법무부는 소액주주의 권한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재계는 긴장하고 있다. 경영권을 위협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많아서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은 지난 23일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해 지주사로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배당률을 최대 50%로 높이고, 다국적 기업 경험이 있는 사외이사도 더 뽑으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현대차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대주주가 계열사 지분을 사들이는 방법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로 했다. 그러자 엘리엇이 제동을 건 것이다. 엘리엇이 보유한 현대차.현대모비스.기아자동차의 지분은 각각 1.5%에 불과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재벌개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를 막고 소액주주의 힘을 키워 기업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데드라인까지 거론하며 압박한 끝에 현대차 등 대기업들이 올 초부터 잇따라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 상태로는 기업들이 엘리엇 같은 투기자본에 휘둘리기 쉽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0대 기업 중 4곳은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면 외국기관이 선호하는 이사 최소 1명을 뽑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이다. 미국, 일본 등은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대해 대주주가 방어할 장치를 만들어 놨다. 기존 주주가 싼값에 신주를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포이즌 필(poison pill) 같은 제도다. 소액주주의 권한을 강화하면 기업 경영 투명성은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경영권 방어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기업사냥꾼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