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판문점 선언, 평화 주춧돌 놓았다
2018.04.27 17:12
수정 : 2018.04.27 21:56기사원문
그런 맥락에서 이날 정상회담에서 일군 몇 가지 구체적 합의는 반길 만하다. 8.15 이산가족 상봉 행사 진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갖고,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해 5월 중 장성급회담을 개최하기로 했으니 말이다. 연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전환 추진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북측이 그간 기피했던 남북 간 핵 대화에 응한 것도 일단 긍정적 신호다. 그러나 판문점 공동선언을 곱씹어 보면 아쉬운 대목도 눈에 띈다. 한반도 비핵화, 평화 정착, 남북관계 발전 등 3대 의제를 지향하겠다는 염원은 담겼으나 최대 현안인 북핵 폐기를 위한 확고한 로드맵이 안 보여서다.
물론 70년 체제 대결의 시대가 하루아침에 종식되긴 힘들 게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핵동결 의지를 높이 평가했지만, 미국 등 국제사회나 국민적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는 미흡한 느낌이다. 언제든 민족적 참화를 부를 시한폭탄을 제거할 담보 없이는 평화 구축이나 남북관계 진전 등 여타 합의들의 의미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2000년 6.15공동선언 그리고 2007년 10.4선언 등 기념비적 합의문들이 휴지조각이 된 까닭이 뭔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개혁.개방보다 핵무장 등에 기대 체제를 지키려는 세습정권의 의중이 주요인이었다.
그렇다면 문재인정부가 갈 길은 아직 멀다. 아무리 그럴싸한 평화체제를 만들 설계도를 그리더라도 북한의 비핵화라는 토대를 다지지 못하면 사상누각을 세우는 격임을 유념할 때다. 북측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CVID)' 방식으로 핵.미사일을 폐기하도록 계속 설득해야 한다. 후속 정상회담과 고위급회담을 비롯한 분야별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니 그래서 다행스럽다. 북측의 선언적 수준이 아닌, 구체적 핵 폐기 의사가 확인될 때까지 대북제재 공조 유지가 불가피함은 불문가지다.
차제에 김 위원장의 통 큰 발상의 전환도 절실히 요구된다. 비무장지대나 서해상의 긴장완화 합의를 넘어 한반도 전역의 평화모드 전환이 완성되려면 비핵화는 필수 통과의례다. CVID식 비핵화를 결심해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완전하고 확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체제보장(CVIG)'을 받는 게 유일한 출로다. 6월로 예상되는 미.북 정상회담에서는 핵.미사일 개발 중단 약속을 넘어 완성한 핵무기와 은밀히 추출 중인 핵 원료까지 말끔히 없애겠다는 약속을 하기 바란다. 나아가 주민들이 외부세계를 접할 수준의 개혁.개방의 대도로 나오지 않으면 북한의 정상국가화도, 피폐한 경제의 회생도 불가능함을 강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