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호전, 베테랑 외국계 금융사 딜러의 시각

      2018.04.30 15:21   수정 : 2018.04.30 16:58기사원문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됐으나 회담 결과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핵 폐기를 언급한 가운데 남북 교류 확대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증폭된 상태지만, 당장 이 이슈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좀 심드렁해 보일 수 있지만 이미 예상할 수 있었던 재료 정도로 여겨졌기에 금융시장을 크게 변화시키지는 못했다.



다만 향후 남과 북이 관계를 급속히 개선해 나간다면 이는 금융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는 지적들도 보인다. 일단 금융시장 관계자들도 추이를 지켜보자는 쪽이 많다.

지난 주말 역사적인 남북 회담 뒤 맞이한 국내 주식시장에선 코스피 상승, 코스닥 급락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채권시장은 보합 수준에서 별로 움직이고 있지 않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외환시장의 원화강세다. 외환시장이 남북 화해 무드에 상대적으로 더 영향을 받고 있다.

역사적인 회담에서 북한은 북쪽에 위치한 핵 실험장 폐쇄를 공언했다. 북한이 풍계리 핵 실험장을 공개적으로 폐쇄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해석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놀라기도 했다.

일각에선 낡은 핵 실험장이라고 폄하하기도 했지만, 북한이 핵 시설 해체를 외부에 공개하는 게 10년만인 데다 3번과 4번 갱도는 여전히 핵 실험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에 이 같은 발언엔 놀라운 부분이 있다. 동시에 북한은 한국보다 30분 늦은 평양 표준시를 서울에 맞추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남북 화해 무드가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급하게 진전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이날 금융시장에선 달러/원 환율이 10원 가까이 급락했다. 달러/위안 하락과 함께 남북 화해 무드에 따라 원화 강세가 두드러지는 것이다.

한 투신업계 관계자는 “남북 화해는 간단히 보면 주식 강세, 원화 강세, 그리고 채권 약세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화해로 채권을 포함한 한국물 전반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하는 시각도 많지만, 이 관계자는 수급 문제가 향후 금리에 부정적으로(금리 상승 쪽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이 펀드매니저는 “남북 화해 무드로 북미 회담까지 잘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관점에서 이렇게 볼 수 있다”면서 “채권만 약세 요인으로 보는 이유는 남북 경협 관련 국채 발행이라는 수급 요인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북 화해 무드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많은 금융시장 관계자들이 각각의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이 이벤트에 어느 정도의 무게를 둬야할지를 놓고 헷갈리기도 한다. 이런 경우엔 외국인이 어떤 식으로 큰 방향을 잡을지도 중요하다.

20년 넘게 외국계 금융사에 몸 담아 오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접근법을 나름대로 잘 아는 외국계 금융사 관계자의 시각을 익명 문답형식으로 정리해 봤다.

■ 남북 관계 개선 속도가 많은 사람들의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재료 자체로는 원화 강세와 주식시장 강세 요인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 맞다. 일단 원화가 상당히 강하다. 주식은 길게 보면 상당히 올라갈 수 있는 재료다. 채권은 당장 묵묵히 별다른 반응이 없다.

■ 남북 정상회담 결과가 꽤 놀랍다. 다만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재료는 이미 다들 알고 있었으며 금융시장은 미리 움직였다. 아직 선반영이 덜 된 부분이 있다고 보는가.

= 지정학적 리스크 측면이 아직 덜 반영됐다고 본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말 그대로 해소된다면 한국 주식시장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고 본다.

■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보여준 전향적인 태도를 상당히 높게 치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이 화해 무드가 주가지수를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

= 지금 주가지수 3000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코스피지수 2800, 3000, 3200 등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다만 남북 화해무드가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쳐서 긍정적인 쪽으로 성장에 영향을 주는 과정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 이자율 쪽은 어떻게 보나. 일각에선 통일이 예상보다 당겨질 것이란 성급한(?) 언급을 하기도 하는데.

= 말 그대로 정말 통일이 가까워지면 금리 쪽에선 지상 최대의 악재를 맞이하게 된다. 지금 우리 GDP가 1700조원 수준이고 일각에선 통일 비용 1500조원 정도를 예상한다. 통일이 채권시장에 미치는 문제는 독일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독일의 경우도 통일 시점에 금리가 엄청나게 올랐다. 개인적인 관점이지만 통일은, 금리(채권)에 대해선 악재다.

■ 이런 대화는 먼 얘기인 듯하다. 일단 남북회담에 반응하는 속도나 정도를 보면 환, 주식, 그리고 채권 순이 되지 않을까 싶다.

= 사실 지금 금융시장이 보이는 반응도 그런 정도인 것 같다. 가장 먼저 환율, 주식 쪽이 반응을 할 것이고 채권은 둔감하게 움직이는 편이다. 상대적으로 한국의 환율과 주식은 신흥국 성격이 좀더 강하고 채권은 선진국 성격이 좀더 녹아 있다.


최근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 물가상승률이 확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들 했는데, 그런 기대치도 시장엔 반영이 된 것으로 본다. 주식 쪽은 긴 시간을 두고 올라갈 수 있다.
채권 쪽에서 외국인이 최근 단기물을 많이 샀는데, 그 이유는 통화스왑(CRS) 레벨이 좋아지면서 스왑을 통해 들어온 외국인 자금이 많았기 때문이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