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북·미 정상회담을 기대한다
2018.05.01 17:00
수정 : 2018.05.01 17:00기사원문
우리로선 미.북 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개최된다면 반기지 않을 이유는 없다. 70년 분단사를 통해 동서 냉전의 전초기지였던 이곳에서 핵문제가 타결된다면 그 상징적 의미는 작지 않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싱가포르나 몽골(울란바토르) 등 제3국보다 유엔의 이름으로 주한미군이 주둔하는 이곳이 경호나 의전 등에서 유리하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 포기를 견인해 노벨평화상을 기대하고 있다는 해외 언론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를 위해 판문점보다 더 극적인 장소도 없다.
더욱이 미.북 정상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남·북·미 3자 정상회담으로 자연스레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로선 일거양득인 셈이다. 판문점에서 6.25 정전협정을 체결한 뒤 '미제의 항복을 받았다'고 대내적으로 선전해온 북한도 이를 마다할 까닭은 없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회담을 최종 결심한다면 문재인정부 중재외교의 개가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형식이 본질을 가리게 해선 안 된다. 혹여 회담 장소가 갖는 상징성이나 북의 '핵실험장 폐기 쇼'에 한눈이 팔려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가 흐트러져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만에 하나 핵물질.핵기술 이전 금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중단 등 미국을 실지로 위협하는 요소만 제거하는 형식으로 미.북 간 합의가 이뤄진다면 우리만 북핵을 머리에 인 채 '위장평화' 속에 살아가야 한다. 문재인정부는 북한이 이미 개발한 핵무기와 추출한 핵연료 등을 남김 없이 신고.사찰.검증하는, 지난한 과정이 완료될 때까지 한.미 공조에 빈틈을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