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통신료를 정부가 정하는 나라
2018.05.14 17:19
수정 : 2018.05.14 17:19기사원문
보편요금제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지난해 여름 국정기획자문위는 100대 국정과제에 '통신비 절감을 통한 국민 생활비 경감'을 넣었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작년 11월에 민관으로 꾸린 가계통신정책협의회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이통사들의 반발 속에 협의회는 소득 없이 해산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보편요금제를 밀어붙이고 있다. 그 첫 시도가 규개위 통과다. 이어 올 상반기 안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낼 태세다. 소통을 중시하는 문재인정부답지 않다.
보편요금제는 음성 200분,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2만원대 요금제를 말한다. 정부는 1위 이통사업자인 SK텔레콤에 이 요금제 출시를 강제하려 한다. 2, 3위 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는 이를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명백한 시장간섭이다. 통신 3사는 모두 증시에 상장된 민간회사다. 수지에 맞지 않는 요금제를 출시하면 자칫 주주들이 배임소송을 걸 수도 있다.
위헌 논란도 나올 수 있다. 비슷한 사례가 있다. 지난 2012년 국회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고쳐 영세.중소 가맹점에 물리는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금융위원회가 정하도록 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까지 염두에 뒀으나 고심 끝에 법안을 공포했다. 문재인정부는 올해 최저임금을 두자릿수 올렸다. 그 보완책으로 금융위는 올여름 가맹점 수수료율을 또 낮추려 한다.
그나마 카드 우대수수료는 영세·중소 가맹점이 대상이다. 백화점 같은 대형 가맹점은 뺐다. 심지어 65세 이상 노인에게 주는 기초연금도 소득상위 30%는 빠졌다. 반면 통신료 보편요금제는 전 국민이 대상이다. 수혜층을 저소득층, 노인 등으로 좁히지도 않았다. 6.13 지방선거를 앞둔 포퓰리즘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통신기업을 공기업 취급하는 버릇을 버리지 못한다. 이럴 거면 왜 한국통신(현 KT),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민영화했는지 의문이다. 5G 통신망을 까는 데 천문학적 돈이 들어간다. 5G 주파수 경매 시초가만 3조원이 넘는다. 다 이통사들이 부담해야 할 몫이다. 시장을 억지로 누르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걸 정부는 언제나 깨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