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스트 유동혁 디아데벨라 대표 "꽃의 매력에 빠져 '禁男의 직업' 도전"
2018.05.16 17:11
수정 : 2018.05.16 17:11기사원문
"남성 플로리스트가 가진 장점을 잘 활용해 꽃이 가진 밝은 기운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어요."
직업에는 귀천도 남녀구별도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아직도 '금남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분야가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플로리스트다.
유 대표가 처음부터 플로리스트를 꿈꿨던 건 아니다. 그 이전에는 꽃이라고는 여자친구에게 선물할 때만 사본 정도다. 유 대표는 미술대를 나와 편집디자인으로 처음 일을 시작했다. 좋아서 한 일이었지만 틀에 박힌 업무 속에서 회의감이 들었다. 그러다 우연히 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플로리스트 케빈 리의 성공 스토리에 대한 내용이었다. 작은 자연물인 꽃 하나가 공간 전체 분위기를 다르게 만들 수 있다는 데 매력을 느꼈다. 사람들이 만족하고 즐거워하는 일에 쓰인다는 데도 마음이 갔다.
유 대표는 그 길로 화훼장식기능사 자격증을 땄다. 플라워스쿨인 까사스쿨의 제인 패커 과정도 수료했다. 그의 플로리스트로서 첫 근무지는 신라호텔 웨딩파트의 플라워부티끄였다. 팀원 30명 중 남자는 3명뿐이었다. 큰 작업을 많이 할 수 있어 즐거웠지만 꽃을 섬세하게 만져볼 기회는 많지 않아 아쉬웠다.
신라호텔을 나와 국비지원 자격증반 강사로 취업하면서 꽃 수업에 재미를 붙였다.유 대표는 디자인과 플로리스트가 모두 감각적인 작업이어서 비슷한 점이 많았다고 얘기한다. 대학의 디자인 전공이 플로리스트 일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다.
명함이나 브랜드 이름 디자인 등 모두 본인이 직접 작업했다. 자신의 브랜드숍을 운영하는 현재와 과거의 달라진 점에 대해 유 대표는 "새벽시장을 돌고 아침에 다시 가게를 열려면 몸이 훨씬 고되다"고 말했다. 그가 플로리스트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남성 플로리스트는 많지 않았다. 유 대표는 "당시엔 포털에서 검색해보면 남성 플로리스트는 3~4명 정도 나올까 말까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많이 달라졌다. 단순히 플로리스트 일을 하는 남성이 늘었을 뿐만 아니라 유 대표가 운영하는 플라워 클래스에도 남성들이 찾아온다. 기념일엔 여자친구의 꽃을 직접 만들어 선물해주기도하고 취미생활로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손님들도 있다. '남성 플로리스트'로 확실히 각인이 되니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도 생겼다.
유 대표는 꽃이 가진 밝은 기운이 남성들에게도 어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꽃은 보통 좋은 일에 선물하거나 밝은 일에 사용되는데, 사연을 듣고 그 기운을 받으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며 웃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