맬서스의 오판

      2018.05.24 17:13   수정 : 2018.05.24 17:13기사원문
세계 최대 인구대국인 중국도 저출산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 가정당 자녀수를 규제하는 '계획생육(計劃生育)' 정책을 완전 철폐하는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 중국 정부가 올 4·4분기나 내년 초에 이 조치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중국은 1978년 인구 폭증을 막으려 한자녀정책을 도입했다. 이후 노동력 부족 사태를 맞자 2016년 둘째 아이까지 허용했다. 이제 저출산.고령화가 성장의 발목을 잡자 14억 인구의 중국도 산아제한 완전폐지 카드를 빼들 참이다.


이웃 나라 걱정을 할 계제가 아니다. 23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1·4분기(1~3월) 출생아 수가 처음 8만명대로 추락했다고 한다. 1981년 통계작성 이후 최저 수준이다. 여기에 급속한 고령화 추세까지 겹쳐 생산가능인구(15~64세)마저 감소세라면 사태는 심각하다. 일본이 먼저 겪었던 장기불황의 예고편일 수도 있어서다. 정부는 지난 10년 동안 200조원 넘는 혈세를 쏟아부으며 중국 못잖게 출산을 장려했다. 그런데도 한.중.일 공히 저출산 기조가 요지부동이라면. 18세기 영국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의 예측이 크게 빗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 비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게 그의 인구론의 골자다. 이로 인해 인류는 기근과 빈곤이란 대재앙을 맞을 것이란 결론이었다. 그는 이를 피하기 위한 예방적 억제론을 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아 가급적 결혼을 않게 해야 한다는 등 빈민만 타깃으로 삼은 게 문제였다. "맬서스 장례식에 참석한 이들 중 일부는 애도하러, 나머지는 정말 죽었는지 확인하러 갔다"는 말이 돌 정도로 그에 대한 원성이 자자했던 이유다.

이미 일부 선진국은 식량저장 비용을 걱정하는 판이다. 농업혁명으로 획기적 증산이 가능해지면서다. 아직 아프리카나 서남아시아 저개발국 인구는 늘어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중진국 이상에선 낮은 출산율로 인구 감소를 우려하는 단계다. 빈곤층 출산 억제라는 맬서스의 주문과 거꾸로 가고 있다.
그가 지하에서 '인구론의 파산'을 보고 무슨 말을 할 것인지 궁금하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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