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중·러 대륙을 잇는다
2018.06.12 17:47
수정 : 2018.06.12 17:47기사원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 맞은편 낮은 언덕에 레닌 동상이 있다. 레닌 사망(1924년) 소식을 들은 블라디보스토크 시민들이 돈을 모아 1930년에 세운 동상이다. 레닌은 오른손을 뻗어 손가락으로 동남쪽을 가리킨다.
블라디보스토크 항만을 가르는 금각교(1104m)를 건너면 루스키섬이다. 이곳에 120년 역사의 극동연방대학교(1899년)가 있다. 해변을 껴안듯 조성된 이곳 현대식 캠퍼스는 러시아 극동지역 변화의 상징이다. 2012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이곳에서 개방의 포문을 열었다. 2015년 이후 매년 9월 동방경제포럼으로 확장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러·중·남·북·일 5국 정상이 참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물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참석은 확정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도 초청장을 보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석달 후 동북아 5국 리더가 한자리에서 손을 잡는 역사적 장면이 현실이 될 수 있다.
블라디보스토크가 주도(州都)인 연해주는 러시아 영토(1860년 베이징조약)다. 1300년 전 이곳 북간도의 광야는 발해의 땅이기도 했다. 근대사로 가면 '슬픈 땅'이다. 1860년 고려인은 두만강을 건너 척박한 땅을 개척했다. 일제강점기 항일독립운동의 거점이었다. 1909년 안중근 의사는 11명의 동지와 이곳에서 단지동맹(斷指同盟)을 하고 '하얼빈역의 거사'를 준비했다. 1937년 고려인 17만여명이 시베리아로 강제이주한 아픔도 이 땅에서 시작됐다.
연해주는 북·중·러를 잇는 3국의 교차점이다. 우리에게 '연결'의 의미다. 끊어진 것을 잇는 것이다. 대륙으로 가는 철도와 도로, 바닷길을 잇고 가스관·전력망 등 에너지를 잇는다.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리에 열렸다. 70년 냉전과 분단의 한반도에 평화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100여년 전 '슬픔의 땅' 연해주가 남북과 대륙을 잇는 우리 민족의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지난주 블라디보스토크와 연해주에 다녀왔다. 서울에서 비행기로 2시간30분, 러시아는 가까웠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