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소 잃기 전에 외양간 고쳐야
2018.07.04 17:05
수정 : 2018.07.04 17:05기사원문
지난 6월 수출액은 500억달러를 넘었고, 상반기 전체 수출액으로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의 파고 속에서 세계 교역량의 축소가 우려되고, 수출을 받쳐왔던 반도체 등의 특수가 사라지고 난 이후 드러나게 될 우리 산업의 위기상황이 걱정이다. 아직은 불황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통계나 지표 등에서 이미 경기 후퇴의 기미가 나타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지만, 단순한 경기대응 차원이 아닌 구조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산업경쟁력 약화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구조조정 정책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경제구조조정은 말처럼 쉽지는 않다. 20년 전에는 경제위기 상황하에서 정부 주도로 구조조정을 과감하게 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외형적으로 아직은 위기상태가 아닌 데다 과거와 달리 정부 주도로 하기에는 경제규모가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시장기능에 의하여 진입과 퇴출이 자율적으로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과, 퇴출되는 기업이나 종사자들의 경제적 충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지원정책만 해도 한국 경제의 돌파구인 것처럼 보이지만 4차 산업혁명은 비용 측면에서 자금이 투입될 시기이지 그 성과로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최근의 긴장 완화에 따른 남북한 경제교류 및 협력 확대 가능성은 미래 한국 경제의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겠으나 당장 나아질 것은 별로 없다. 추경이나 정부재정 확대는 불경기에 대한 단기 대응책일 뿐 구조적 문제의 대처방안이 될 수 없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자체가 아니다. 이들 정책은 한국 경제에 부분적이고 단기적인 충격은 줄지언정 중장기적으로 볼 때 속도의 문제일 뿐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맹점은 수출 대기업 주도하에서 1인당 3만달러 국민소득의 원천의 상당부분이 창출되고 있는 현실을 부정하고 경제정의라는 이름으로 이들 기업과 기업가의 발목을 잡는 데 있다. 정부는 혁신성장에 속도를 내게 하기 위해 규제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기업 스스로가 혁신에 매진할 수 있도록 경제·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시정돼야 하겠지만 명확한 원칙과 기준으로 가능한 한 최단기간 내에 마무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와 같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 같은 무차별적인 압박으로 기업과 경제의 불안을 가중시켜서는 안된다.
문재인정부는 지난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필두로 올 9월부터는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지급 등 복지정책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고 있고, 실업률 상승과 고령화 심화로 사회보험 재정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등 사회 안전망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서유럽 및 북유럽 국가들이 경제 불황에도 국민들이 비교적 타격을 덜 받는 것은 복지 인프라가 충실하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김용하 순천향대학교 IT금융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