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와 서울시의 엇박자
2018.08.12 17:25
수정 : 2018.08.12 17:25기사원문
박원순 서울시장이 관사를 잠시 떠나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에 입주한 동안 서울 지역 집값은 또다시 다락같이 치솟았다. 시민 삶의 문제 해결을 화두로 안고 관사를 떠났지만 그사이 시민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집값은 급등했다. 여기저기서 무주택자들의 우울한 탄식만 들린다.
정부도 억울할 것이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투기과열지구 지정, 종합부동산세 중과 등 각종 규제책을 내세우며 집값 단속에 나섰는데 박 시장이 용산·여의도 개발을 발표하면서 찬물을 부었기 때문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나서 "도시계획은 시장이 발표할 수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진행되려면 국토부와 긴밀한 협의하에 이뤄져야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하지만 겁 없이 뛰는 호가를 잡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뒤늦게 공인중개업소 일제 단속에 나섰다. 지난 7일 용산 일대 공인중개업소를 시작으로 지난 9일에는 여의도 일대 공인중개업소 단속을 진행했다. 중개업자들도 늘 있는 일인 양 문을 걸어 잠갔다. 여의도 한 중개업소 사장은 "박 시장 개발계획 때문에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데 왜 부동산 탓을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매번 정부 개발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서울시의 엇박자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정부가 양도세 중과, 대출규제 강화,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고강도 규제를 망라한 8·2대책을 내놔 집값 급등을 잡는 듯했다. 하지만 불과 한 달도 안 된 9월 초 서울시가 잠실 주공5단지 '50층 재건축'을 사실상 허용하면서 꺼져가는 집값 상승의 불씨를 살렸다. 이후 잠실주공 5단지는 불과 2~3개월 지나 3억원 가까이 급등했다. 잠실을 필두로 강남, 서초 등 주변 아파트 가격도 끌어올렸다. 1월 초 정부는 최고 강도로 무기한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여의도 통합개발 발표 때와 판박이다.
박 시장은 옥탑방 생활 중 기자간담회를 자청, "삼양동을 2시간만 돌면 대한민국 99대 1 사회가 어떻게 마을에서 골목경제를 유린하는지 다 볼 수 있다"고 말했다. '99대 1의 사회'란 사회 1%가 부를 독점하고, 나머지 99%는 소외되는 체제를 말한다. 최근 박 시장의 부동산 행보만 놓고 본다면 99%가 아닌 1%가 환호하는 형국이다. 물론 박 시장이 바라는 그림은 아닐 것이다. 선한 의도가 반드시 선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말을 다시 실감하게 된다. 박 시장은 오는 19일 '옥탑방 한달살이'를 통해 마련한 각종 정책과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 시장의 그간 부동산정책으로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 있는 시민들을 달래줄 대안이 들어 있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