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호소, 귓등으로 듣지 마라
2018.08.29 17:13
수정 : 2018.08.29 17:13기사원문
소상공인들은 참을 만큼 참았다. 이들은 미용실, 빵집, 떡집, 주유소, 안경사, 지하도상가, 슈퍼, 음식점, 택배, 편의점을 하며 산다. 규모는 작지만 아르바이트 등 직원을 쓰는 사업주다. 총 600만명, 전체 취업자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해 종업원에게 주는 시급을 16.4% 올렸다. 이때도 불만은 있었지만 궐기대회는 없었다. 이때 만만하게 보인 탓일까, 최저임금위는 올해도 시급을 10.9%, 두자릿수나 올렸다. 2년치를 합하면 29% 올랐다.
어떤 자영업자도 이런 상승률을 견딜 수 없다. 당연히 부작용이 나타났다. 신규 취업자 수가 푹 줄었고 그 통에 상·하위 소득격차는 더 벌어졌다. 소상공인들은 아우성을 치고 있다. 먼저 내년 최저임금을 재심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이를 거부했다. 지금은 업종별 차등적용을 요구한다. 최저임금위 구성을 바꾸라는 요구도 빠지지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의 가장 큰 짐을 지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해 달라는 것이다.
소상공인들은 소득주도성장의 가장 큰 피해자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정책 기조를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인다. 문 대통령은 28일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경제정책 기조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비롯한 참모들은 무책임하게도 좀 더 기다려면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고 말한다. 이러니 혁신성장론자인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아무리 용을 써도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바꾸긴 어렵다.
소상공인들의 호소는 청와대의 철벽에 꽉 막혔다. 불통이다. 이제 정치권이 나설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위는 지난 7월 초 업종별 차등적용안을 부결 처리했다. 대신 국회가 최저임금법을 바꿔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주무르는 공익위원(9인) 선정도 좀 더 공평하게 배분할 필요가 있다. 여야 의석수에 따라 나누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달 초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실사구시적인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맞다. 최저임금도 실사구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론상 뛰어난 정책도 현장에서 통하지 않으면 소용없다. 정권 체면 때문에 소상공인들의 호소를 더 이상 외면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