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정상회담, 비핵화 돌파구 되길
2018.09.17 16:32
수정 : 2018.09.17 17:06기사원문
이번 방북에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 공식 수행원과 함께 각계 인사들도 동행한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이 대거 수행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남북 협력에 공을 들이려는 문재인정부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문제는 북핵 제재 국면에서 실질적 경협사업 추진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남북정상회담 전날 미국이 북한 제재 위반 문제를 다룰 유엔 안보리를 소집해 이런 '불편한 진실'을 일깨웠다.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지금 비핵화 프로세스는 교착 상태다. 북한이 노후화돼 사실상 유효기간이 만료된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쇼' 외에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다. 이를 빌미로 미국은 북한의 종전선언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런 북·미 갈등의 인과관계를 놓고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라는 식의 논란의 여지는 있을 법하다. 분명한 건 북한이 핵물질 신고 리스트를 제출하는 등 실질적 비핵화의 첫발을 떼지 않는 한 유엔의 제재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미국 국무부는 대기업 총수들의 방북과 관련, "모든 유엔 회원국이 대북제재를 완전히 이행하기를 바란다"는 논평을 내놨다.
한·미 공조 문제를 떠나서라도 현 시점에서 대기업들이 참여할 경협은 시기상조일 수도 있다. 북한 정권이 유치를 바라는 첨단산업은 대개 기술집약적·노동절약적 성격을 띠고 있어서다. 그렇다면 비핵화 없이 남북 교류나 종전선언만 서두르려는 북측에 장단을 맞출 이유도 없다. 마술사의 모자 속 비둘기 격인 '평화 이벤트'에 연연하기보다는 실제로 평화를 위협하는 북핵을 내려놓도록 하는 데 집중하는 정상회담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