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스미스 카네기멜런대 교수 "플랫폼 기업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힘의 이동 시작"

      2018.09.20 18:15   수정 : 2018.09.21 08:51기사원문

"동시다발적인 기술적 변화, 즉 퍼펙트스톰이 한때 비디오 대여 서비스를 하던 넷플릭스를 동영상 플랫폼 강자로 만들었다."

마이클 스미스 카네기멜런대 교수(사진)는 넷플릭스가 어떻게 동영상 플랫폼의 퍼스트무버가 됐는지를 '퍼펙트스톰'이란 단어로 설명했다. 지난 2007년 미국 내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가 불과 10여년 만에 전 세계 이용자 1억3000만명을 확보한 것은 일부 대형 제작사가 독점한 제작·유통의 희소성을 '기술'로 사라지게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넷플릭스가 보유한 방대한 빅데이터를 인공지능(AI) 기술로 파악해 이용자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어 넷플릭스의 권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술, 엔터산업→플랫폼 '힘의 이동' 촉발

스미스 교수는 2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제5회 대한민국 문화콘텐츠포럼 현장과의 라이브 대담 연결에서 "지금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콘텐츠를 만들고 배급하고 소비되는 방식의 변화가 한꺼번에 일어나고 있다"면서 "이 같은 퍼펙트스톰은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뺏어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까지만 해도 미국의 6대 영화사와 3대 음반사는 넷플릭스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했다.
이용자가 만든 UGC는 대형 영화사가 만든 영화와 경쟁할 수 없고, 대형 영화사는 우수한 콘텐츠 제작뿐만 아니라 배급·홍보 등도 효율적으로 통제했다. 스미스 교수는 "대형 영화사는 콘텐츠를 만드는 희소한 자원을 독점했고, '콘텐츠가 왕이다'라는 슬로건이 업계에는 계속됐다"면서 "개별적인 요소가 콘텐츠 업계의 힘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술은 콘텐츠의 △제작 △유통 △홍보 방식을 '한꺼번에' 바꿨다. 이른바 퍼펙트스톰이 힘의 균형을 이동시킨 것이다.

현재 이용자는 디지털카메라만 이용해도 질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유통채널 역시 인터넷만 있으면 유튜브에 얼마든지 업로드할 수 있다. 실제 1분마다 유튜브에 업로드되는 동영상은 300시간에 달한다. 스미스 교수는 "이제 이용자의 집중력이 희소한 자원이 됐다"면서 "이용자의 집중력과 관심을 통제할 수 있는 곳, 즉 플랫폼 기업이 힘을 가지게 됐다"고 진단했다.

실제 넷플릭스는 첫번째 오리지널 콘텐츠 '하우스 오브 카드'로 이용자와 콘텐츠 제작자의 눈길을 모두 사로잡았다. 스미스 교수는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1 오프닝 30초 영상에 담긴 폭력성을 짚으며 "방송이라면 채널이 돌아가고 시청자를 잃지만 넷플릭스는 플랫폼 내의 다른 쇼를 보면 되고 이용자의 취향을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즉, 이용자에게는 다른 채널에서 볼 수 없는 콘텐츠, 창작자에겐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현재와 같은 권력을 쥐게 됐고 이 권력은 더 강화될 것이라는 의미다.



■데이터로 이용자 분석해야 경쟁력↑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의 공습은 한국 미디어, 플랫폼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동영상 플랫폼 강화를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고, 통신사인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 콘텐츠 공급을 두고 막바지 조율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스미스 교수가 조언한 대응법은 '이용자를 제대로 이해하라'는 것이다. 즉, 빅데이터를 통해 이용자의 취향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해 경쟁력을 키우라는 것이다.


스미스 교수는 넷플릭스의 '하우스 오브 카드' 방송 전 9개 티저를 언급했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남자배우, 여자배우, 제작자 등으로 세분화된 티저를 만들어 각기 다른 이용자의 취향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스미스 교수는 "이용자를 제대로 이해해 콘텐츠를 고객에게 직접 프로모션하면 30~40%를 쓰던 홍보비용을 10%로 줄일 수 있다"면서 "관심이 높은 이용자에게만 콘텐츠를 추천하면 비용을 줄이고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구글, 아마존 등 소위 FANG과도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조용철 차장 박지현 조윤주 박소현 권승현 남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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