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부동산신탁 판이 흔들린다
2018.09.30 17:27
수정 : 2018.09.30 17:27기사원문
정부가 10년 만에 부동산신탁사 신규 인가 방침을 밝히면서 부동산신탁 시장에 격변이 예고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과 우리은행을 비롯, 중대형 증권사들까지 모두 부동산신탁업 진출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특히 신한금융은 현재 아시아신탁 외에도 3~4곳을 검토 중인데 조건이 맞지 않을 경우 자체 진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9월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선 신한금융은 현재 아시아신탁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협상을 진행 중인데 지분 50%를 2000억원에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신한금융은 현재 3~4곳의 부동산신탁사에 대한 내용도 검토 중이며 인수조건이 맞지 않을 경우 자체 진출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주도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으려면 5대 5의 지분율은 좀 아쉽다"면서 "자체 진출도 배제하고 있지는 않지만 기존 신탁사들이 다져놓은 입지를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아시아신탁은 지난해 말 기준 영업수익이 640억원으로 11개 부동산신탁사 중 7위에 해당한다. 금융지주사 계열의 KB부동산은 지난해 말 기준 767억원, 하나자산은 684억원의 영업수익을 기록했다. 신한금융이 아시아신탁을 인수하면 KB, 하나금융에 이어 7위로 올라설 수 있다.
신한금융은 시기를 못 박지 않았지만 앞서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인수 때처럼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어서 이르면 연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도 직접진출과 M&A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고 있지만 지주사 전환이라는 더 큰 과제가 있는 만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측은 "인수 쪽으로 좀 더 비중을 두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매력적인 매물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당국의 신규 인가 가이드라인이 나오는 것을 본 뒤에 명확한 방향 설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의 신규 인가 방침에 따라 금융사들이 대거 진출을 예고한 것은 부동산신탁업의 높은 수익성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7년 부동산신탁사 11개사의 총 영업이익은 6719억원으로 2013년 1651억원에 비해 4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수익성 높은 차입형(신탁사가 공사비 등 자금을 우선 조달하고 이자와 신탁수수료를 받음) 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26.9%에서 2017년 42%로 급증했다.
고액자산가들의 수요가 증가하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자산이 30억 있는 고객이라면 부동산은 70억이 있다고 가정할 때 이들로부터 건물 관리, 빌딩 임대 등의 수요가 나오기 때문에 지주사 입장에선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금융지주사들로선 이자수익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비이자수익 확보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다만 자금력을 갖춘 금융사들이 대거 뛰어들면서 레드오션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증권사 중에선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대형사는 물론 KTB투자증권, 부국증권 등 중소형사도 인가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wild@fnnews.com 박하나 최경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