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본부장 안효준, 수익률에 집중하길

      2018.10.08 16:29   수정 : 2018.10.08 16:29기사원문
15개월 넘게 자리가 비었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에 안효준 BNK금융지주 글로벌 총괄부문장이 8일 선임됐다. 안효준 본부장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금융투자업계에 첫발을 내디딘 후 30년간 국내외 증권·자산운용사에서 잔뼈가 굵은 주식운용전문가다. 특히 국민연금 주식운용실장을 지내 내부사정도 잘 알고 있는 등 CIO에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늦기는 했지만, 우리는 무엇보다도 새 기금운용본부장이 자격 및 정권코드 논란을 빚었던 인물이 배제되고 누구나 인정하는 운용전문가가 선임된 것을 환영한다. 만일 정권코드 인사였다면 업계의 반발은 물론이고 비운용전문가를 CIO에 선임했다는 국제적 망신을 초래할 수 있었다. 또 운용수익률이 저조하면 정부에도 두고두고 짐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새 CIO가 소신 있게 기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이다. 그러려면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높여 정부나 정치권의 개입을 차단해야 한다. 새 CIO는 바닥을 기는 운용수익률을 높이는 게 급선무다. 올 들어 지난 7월 말까지 전체 기금운용 수익률은 1.86%(연 환산 기준)에 그친다. 지난해 수익률 7.26%와 비교하면 5.40%포인트나 낮다. 국내는 물론 해외 주요 연기금들에 비해서도 얼굴을 내밀기 어려운 수준이다.

특히 국내 주식투자수익률은 -6.11%로 8조원 넘는 손실을 내 전체 수익률을 갉아먹었다. 제4차 재정추계에서 연금고갈 시점이 앞당겨진 데다 수익률까지 추락해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다. 국민연금 수익률 1%포인트를 올리면 연간 6조원 넘는 보험료 수입효과가 나타나 재정고갈 시기를 몇 년 늦출 수 있다. 그런데 투자를 줄여야 할 국내 주식은 늘리고, 확대해야 할 해외투자는 줄여 투자손실을 빚었다. CIO 장기공백 사태로 빚어진 투자자산 배분 실패의 결과다.

수익률을 높이려면 운용인력과 CIO가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 그러나 공백 기간에 전문인력 수십명이 이탈했다. 서울에서 전주로 기금운용본부가 이전한 이유도 있지만 운용인력의 사기가 떨어지는 등 조직안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력보강과 조직안정도 시급한 과제다.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민간위원들의 전문성을 높이기로 했다. 새 CIO에게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행여 지난 7월 도입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를 통해 기업경영에 간섭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집사 역할에만 충실해주길 바란다. 자칫 힘을 남용해 멀쩡한 기업이 곤경에 처하면 그 손실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안 본부장에게 워런 버핏과 같은 투자의 혜안을 기대한다.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