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회계 정상화는 당연한 요구다
2018.10.15 17:06
수정 : 2018.10.15 17:06기사원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임자를 제대로 만났다. 박용진 의원은 회계분야에 정통하다. 그는 20대 국회 전반기에 정무위원회 소속으로 외부감사법 개정을 주도했다. 후반기에 교육위원회로 자리를 옮긴 박 의원이 사립유치원 회계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자연스럽다. 기업 회계는 그중 나은 편이다. 외부감사를 의무적으로 받는 등 시장이 줄곧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사설유치원은 회계 사각지대나 다름없다. 박 의원의 눈에 이런 어설픈 회계가 성에 찰 리가 없다.
박 의원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때 한유총 소속 회원들이 집단으로 방해하는 바람에 토론회는 아수라장이 됐다. 한유총의 명백한 실수다. 이제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이런 비합리적 행위를 용납하지 않는다. 토론회가 끝난 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 유치원 원장들을 비난하고, 박 의원을 지지하는 글이 쏟아진 것이 그 증거다.
사립유치원은 우리나라 유아교육에서 큰 몫을 차지한다. 지난 수십년간 턱없이 부족한 국공립 유치원의 공백을 메워왔다. 정부가 한 해 2조원을 지원하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유치원이 과실(지원금)만 챙기고 간섭은 받지 않겠다면 그것은 잘못이다. 단 한 푼이라도 예산, 곧 세금을 쓰는 곳은 당국의 회계감사를 받아야 마땅하다. 간섭이 싫다면 지원금을 안 받으면 된다. 국공립 유치원들은 '에듀파인'이라는 국가 회계시스템을 쓴다. 사설유치원들도 같은 시스템을 쓰든가 아니면 별도 회계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예산 전용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
기업들에 회계부정은 생사를 가를 만큼 중요한 변수다. 지난 2000년대 초 미국 엔론은 분식회계가 들통나는 바람에 속절없이 망했다. 규모가 작은 사설유치원에 기업에 준하는 엄격한 잣대를 똑같이 적용할 순 없다. 그렇지만 큰 회사든 작은 유치원이든 회계투명성을 높이는 최소한의 장치는 갖춰야 한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관할하는 사설어린이집도 마찬가지다. 사설유치원장들은 "정부 지원금을 유치원이 아니라 부모한테 직접 주라"는 요구가 왜 나오는지 깊이 생각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