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만 있어도 '힐링'이 된다.. 김유신 개인전 '기분 좋은 날'
2018.10.17 16:51
수정 : 2018.10.17 16:51기사원문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중략)/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서정주 '푸르른 날')
산이나 바다 등 푸르른 자연을 화폭에 담아온 김유신 작가의 개인전 '기분 좋은 날'이 서울 효창동 에프앤아트 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다.
김 작가는 지난 2001년부터 '기분 좋은 날'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부산대와 중앙대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작가는 장지에 채색 작업을 반복해 깊이감과 섬세함을 만들어낸다.
화폭에는 직접 여행하며 마주친 산과 바다 등 자연 풍경을 가져와 표현한다. 풍경이지만, 사실적인 것만은 아니며, 사실적이지 않다고 해서 꼭 허구적인 것도 아니다. 다양한 풍경은 작가만의 패턴으로 재구성돼 하나의 나무가 모여 산이 되고 숲이 된다. 재조합된 풍경은 더 이상 특정한 지명을 가지고 있지 않은 풍경이 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작가 본인이리고 보면 틀리지 않다. 산이나 바다 등 자연만을 표현하는 것보다 자신을 자연 속에 등장시켜 자연과 동화되는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작품 속 색깔은 초록과 연두 등 싱그러운 자연을 표현하기에 좋은 그린 계통의 색이 주조를 이룬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중 유독 수목이 짙게 우거진 봄과 여름을 즐겨 그린다. 초록은 차분하면서도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낼 뿐 아니라 자연스러운 느낌과 편안함을 자아내기에도 적합한 색이다. 또한 초록은 눈을 편안하게 해주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며, 혈관을 팽창시켜 상처 부위를 빠르게 낫게 해주는 색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의 그림을 보면서 관람객들이 힐링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자연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고, 자연과 동화된 작가의 모습에서 작은 평화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작가는 "향후 더 많은 자연과의 조우를 통해 새로운 풍경과 색채를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작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1월 2일까지.
dh.lee@fnart.co.kr 이동현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