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포항지열발전에 쏠린 눈

      2018.11.13 13:07   수정 : 2018.11.13 14:20기사원문

【포항=최수상 기자】 포항시 흥해읍 한미장관아파트 주민들을 비롯한 흥해읍 지역은 피해주민들의 신경은 온통 지진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된 지열발전소에 쏠려있었다. 2일과 7일 장날마다 흥해시장 로터리에서 열리는 집회에서는 학계의 논문을 근거로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에 의한 '유발지진' 주장이 확성기를 통해 전달되고 있었고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었다.

임시구호소를 1년가까이 지키고 있는 한미장관아파트 주민뿐만이 아니다.

피해 보상금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주민은 분명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한다는 생각이다.

■ 피해주민 대부분 포항지열발전소 탓으로 여겨
지열발전소가 포항지진을 유발했다는 인과관계는 규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흥해읍 주민들은 지난 4월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이진한 교수는 포항지진의 원인을 밝힌 연구 논문이 과학전문잡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사실을 접한 뒤 심정을 굳혔다.


이 논문은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의 유체주입으로 인해 발생한 유발지진(induced earthquake)이 거의 확실하다는 것을 지진학, 지질학, 그리고 지구물리학 증거를 중합해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위스 취리히 공과대학의 위머 교수팀이 원거리 지진자료와 인공위성 레이더 원격탐사 자료를 이용해 역시 포항지진이 유발지진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제시한 논문까지 함께 실린 사실도 주민들을 흥분시켰다.

지진 발생 당시 진앙과 2㎞가량 떨어진 흥해읍 남송리 일대에는 이명박 정부 주도로 국내 최초의 '㎿급 지열발전' 상용화를 목표로 포항지열발전소가 지어지고 있었다. 포항지열발전소 현장에는 직경 약 20cm, 4.3km심도의 2개 지열정이 시추공으로 뚫여 있었다.


그러나 자연적으로 발생한 지진이라는 반대주장도 계속해 제기되고 있다. 미국지구물리학회(AGU) 주관으로 오는 12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2018년 미국지구물리학회 가을 학술대회’(AGU FALL MEETING)에서 ‘포항지진’과 관련한 특별세션이 11일 하루동안 진행된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뜨거운 논쟁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한편 포항 시민단체는 이진한 교수의 논문 등을 근거로 지열발전소가 지진을 유발한 직접적 원인이라며 해당 프로젝트를 주관하고 예산을 지원한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다.

범시민대책본부는 "지진의 직접 원인을 유발한 지열발전소와 지열발전 프로젝트를 주관하고 예산을 지원한 국가 등에 대규모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로 했다"며 "주택파손 등 물적 피해를 제외하고 1인당 1일 위자료 5000∼10000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소송에는 범시민대책본부 회원 71명이 참여했다.


■ 정부, 은폐행위 의혹에 해명... 2월 결과 나와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를 비롯한 4개 민간시민단체는 또 지난 12일 흥해종합복지문화센터에서 ‘63회 유발지진 미공지 및 은폐의 행정적 부당과 의혹 및 그 진상규명에 대한 감사원 국민감사청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외부의 자료요구에 따라 63회의 진동 관측결과를 제출하는 등 어떠한 은폐행위도 진행한 바가 없다며 정부가 포항지진과 관련해 무책임한 대응으로 일관하였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즉각 입장을 밝혔다.

포항지진과 지열발전 간의 연관성이 제기됨에 따라, 올해 3월 공동연구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조사를 추진하고 있고 내년 2월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조사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조사의 객관·투명성 제고를 위해 착수보고회와 시민설명회, 현장실험·설명회, 관계자 간담회 등을 개최하고 10월에는 주민 등 시민대표 2명을 연구조사단의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고 설명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연구조사를 진행해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년 2월 정부 조사단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예상되는 후폭풍은 작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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