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에서 물 빠지는 소리가 안 들리나
2018.11.21 17:12
수정 : 2018.11.21 17:12기사원문
현대차가 지난달 발표한 3·4분기 실적을 보자. 영업이익은 288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6% 줄었다. 시장은 이를 어닝쇼크로 받아들였다. 자연 주가도 흔들렸다. 지난 1년간 현대차 주가는 최고 16만7000원에서 1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현대차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한 단계 강등했다.
자동차·조선 업황은 지역별 실업률에 잘 나타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4월 기준) 경남 거제시의 실업률은 7.0%를 기록했다. 전국 최고 수준이다. 1년 전엔 2.9%였다. 같은 기간 전북 군산시의 실업률은 4.1%로, 1년 전(1.6%)보다 곱절 이상 높아졌다. 대우조선해양이 있는 거제는 긴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군산은 조선(현대중공업)·자동차(한국지엠) 양쪽에서 더블펀치를 맞았다.
어떻게든 기업을 격려하려는 문 대통령의 마음은 이해한다. 실제 문 대통령은 "중소 조선사, 자동차 부품업체 등은 여전히 일감부족과 금융애로를 겪고 있다"며 "이럴 때 기업이 힘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정부의 당연한 소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물 들어올 때'라는 인식은 속히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올바른 대책이 나온다. 박상인 교수(서울대 행정대학원)는 20일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판단을 흐리는 보좌진을 교체하지 않는다면 위기는 더 빨리 더 크게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 대통령도 읽었다는 '축적의 길'에서 이정동 교수(서울대 공대)는 "산업과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신호는 통계의 문제가 아니라 글자 그대로 팩트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오늘이 아니라 내일이 더 걱정"이라고도 했다. 잠깐 물 들어왔다고 흥겹게 노 저을 때가 아니다. 나무가 아니라 숲을 봐야 현실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