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베트남 '도이머이'에서 배우길
2019.02.06 16:40
수정 : 2019.02.06 16:40기사원문
회담 장소로 베트남을 고른 것은 의미가 깊다. 미국과 베트남은 오랜 세월 총부리를 겨눴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20년 뒤 두 나라는 외교관계를 정상화했다. 1990년대 들어 미국은 베트남에 대한 경제제재를 풀었고, 2000년엔 무역협정을 체결한 데 이어 빌 클린턴 대통령이 직접 베트남을 찾았다. 2005년엔 베트남 총리가 미국에서 '우호적이고 건설적인 협력 동반자 관계'에 서명했다.
대미 관계 정상화는 베트남 경제가 퀀텀점프를 하는 도약대가 됐다. 베트남 공산당은 도이머이라는 슬로건 아래 개혁·개방 정책에 착수했다. 베트남어로 도이는 바꾼다, 머이는 새롭다는 뜻이다. 이후 베트남은 젊고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아세안의 새로운 경제강국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를 웃돌았고, 올해도 비슷한 성장이 예상된다. 덩달아 지난해 1인당 소득은 약 2600달러로 껑충 뛰었다. 한·베트남 교역은 말 그대로 폭발적이다. 두 나라 교역액은 지난해 한·일 교역액을 넘어섰고, 올해는 한·유럽연합(EU) 교역액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 경제개발에 의욕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흥개도국 베트남은 북한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미국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그(김정은)는 북한을 엄청난 경제대국으로 만들 기회를 가졌다"고 말했다. 다만 그러려면 먼저 핵과 미사일로 다른 나라를 위협하는 짓부터 그만둬야 한다. 핵과 미사일을 없애면 경협은 절로 따라온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달 말 베트남에서 도이머이 현장을 체험하는 기회를 갖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