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볼모로 뭘 하는 겁니까"...유치원 개학연기에 학부모 불만
2019.03.04 14:54
수정 : 2019.03.04 15:16기사원문
4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사립유치원 정문에는 '입학을 축하합니다'라는 현수막이 붙어있지만 유치원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예년 같았으면 등원하는 아이들과 입학식으로 북적였을 유치원 앞은 적막만이 흘렀다.
■학부모 "출근해야 하는데..."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소속 사립유치원들이 이날 오전 개학연기에 돌입했다.
급한 마음에 돌봄교실 대신 할머니에게 아이를 맡겼다는 한 학부모는 "솔직히 현재 사립유치원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면서도 "그래도 이렇게 아이들 등원을 볼모로 단체행동을 하는 건 아닌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출근을 해야 하는데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 이번엔 부모님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되도록 빨리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또 다른 유치원도 예년같지 않은 3월의 첫 날을 보냈다. 이 유치원 통학 버스도 운영하지 않았다. 유치원 관계자는 "입학식만 하지 않았을 뿐 재원생을 위한 돌봄 교실은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도 이날 "자체돌봄을 제공한 유치원이 상당수 있어서 긴급돌봄서비스 신청자는 예상보다 적었다"며 "어제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1000명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개학 이틀 전 통보...답답하다"
그러나 아이를 유치원에 새로 입학시키려 했던 학부모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7살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얼마 전 학부모 OT도 다녀왔는데 개학 연기는 듣지 못했다"며 "개학 이틀 전 연기를 통보받고 너무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애들 볼모로 장사하는 사립유치원은 싹 없어지고 공립 단설유치원을 많이 만들어 유치원 걱정없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어쩔 수 없이 돌봄 교실에 아이를 맡긴 학부모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한 학부모는 "어젯밤 유치원으로부터 온 '입학과 개학, 차량운행은 안 하지만 돌봄교실은 운영하겠다'는 문자를 보고 어이가 없었다"며 "유치원이 여기저기 눈치보는 것 같아 보내려던 곳의 신뢰가 떨어진 기분"이라고 분노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이날 오전 개학 연기를 철회하는 유치원도 있었다.
한편 한유총은 "학사일정은 운영상 고유권한"이라며 반발했으나 이날 오후 개학연기를 철회, 5일부터 유치원 정상운영을 발표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최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