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눈치 보지 말라
2019.03.14 17:00
수정 : 2019.03.14 17:00기사원문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2020년 4월로 예정된 21대 총선이 불과 1년여밖에 남지 않았다.
선거는 정치인에겐 전쟁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경제정책의 방향타를 잡고 있는 건 기획재정부가 아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다. 여당은 특히 국민생활과 밀접한 조세제도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금 문제는 언제나 민감하다. 자칫 여론의 대세를 거스르다간 '전쟁'의 승패가 뒤바뀔 수 있다. 정치권의 공세에 기재부는 도통 영이 서지 않는다.
당정청은 지난 13일 신용카드 소득공제 일몰기한을 3년 연장하기로 발표했다. 지난 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납세자의 날' 행사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를 처음으로 언급한 지 9일 만이다. 이로써 지난 1999년 신용카드 소득공제 도입 이후 23년간 이 제도는 유지된다.
경제부총리의 말 하나하나는 좋든 나쁘든 시장에 즉각적으로 여파를 미친다. 그의 말이 갖는 무게감을 생각할 때 기재부 내부에선 이미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끝났다고 봐야 한다. 결과적으로 경제부총리의 발언은 뒤집혔다. 사실상의 증세라며 반대 여론이 들끓자 여당이 재빠르게 수습에 나선 것이다.
기재부가 입장을 바꾼 건 한 번이 아니다. 증권거래세가 그렇다. 당초 기재부는 증권거래세 인하 또는 폐지하는 것 자체를 반대했다. 세수 감소 등이 명분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증권거래세의 단계적 폐지를 추진하는 여당의 파상공세에 기재부도 인하로 무게추를 옮겼다.
기재부가 '폐지 불가'를 외치고는 있지만 발등에 '표심 잡기'라는 불이 떨어진 정치권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재부는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정부부처의 컨트롤타워다. 국가 백년지대사를 책임지는 컨트롤타워가 외부 입김에 흔들려선 곤란하다. 정부가 언제든지 내뱉은 말을 뒤바꿀 수 있다는 불신이 생기면 정책은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기 마련이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