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공포에 반도체 쇼크, 풍랑에 싸인 한국 경제
2019.03.26 16:55
수정 : 2019.03.26 16:55기사원문
1·4분기 실적이 얼마나 나쁘길래 삼성전자가 선제대응에 나선 걸까. 시장 컨센서스를 보면 매출은 53조원 안팎, 영업이익은 7조~8조원대로 추산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시장 기대수준을 밑돌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고려하면 영업이익이 7조원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1년 전 매출이 60조원, 영업이익이 15조원을 웃돈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쇼크다.
싫든 좋든 한국 경제는 반도체로 먹고사는 구조다. 반도체 값이 떨어지면 경제 전반에 주름이 온다. 당장 수출을 보라. 작년 12월부터 올 2월까지 수출 증가율(전년동월 대비)은 석달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3월 1~20일 실적도 부진하다. 자칫 4개월 연속 마이너스 수출의 덫에 빠지게 생겼다. 반도체가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0% 안팎에서 올 들어 10%대 중반으로 떨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반도체 쇼크는 외부 쇼크와 겹쳐서 오는 중이다. 미국 국채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바람에 세계 경제는 이른바 R(리세션·경기침체)의 공포에 휩싸였다. 통상 국채 금리는 장기 금리가 더 높다. 돈을 오래 묻어두는 대가다. 하지만 위기가 오면 단기 금리가 더 높아진다. 바로 이런 일이 미국에서 일어났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지난 20일 연내 금리인상이 더 이상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만큼 경기 흐름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25일 미국 뉴욕에서 임직원에게 보낸 e메일에서 "'위기는 미소 띤 얼굴로 찾아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지 말자"고 말했다. 오래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늘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가대표급 기업들이 거문고의 줄을 바꾸어 매듯 긴장의 끈을 더 조이길 바란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문재인정부는 지난 2년간 재정을 펑펑 썼다. 다행히 세수가 좋아 나라곳간에 펑크는 안 났다. 하지만 기업 실적이 나빠지면 장차 세수도 줄 수밖에 없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예산을 선심 쓰듯 쓸까봐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