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
2019.04.14 17:34
수정 : 2019.04.14 17:34기사원문
원죄는 정부에 있다. 문재인정부는 최저임금을 2년에 걸쳐 30%가량 올렸다. 자영업자들이 불만을 쏟아내자 정부는 지난해 11월 보완책으로 카드 수수료를 내렸다. 연 매출 500억원을 밑도는 가맹점에 다 혜택을 줬다. 그 효과는 연간 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자영업자들은 '카드수수료 인하 대통령님 고맙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환영했다.
그 불똥이 몽땅 카드업계로 튀었다. 카드사들은 첫 돌파구를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에서 찾으려 했다. 그래서 연초 자동차·통신·대형마트 등에 수수료 인상을 통보했다. 그러나 대형업체들은 을이 아니라 갑이다. 현대차는 가맹점 계약을 끊겠다고 위협했다. 결국 카드사들은 두 손 들었다. 이 과정에서 카드사는 정부의 측면 지원을 기대했으나 금융위는 구경만 했을 뿐이다.
카드사들은 두번째 돌파구를 금융위의 '카드사 경쟁력 강화방안'(9일)에서 찾으려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속 빈 강정'으로 드러났다. 업계는 현재 6배로 묶인 레버리지(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한도) 배율을 더 높여달라고 요청했으나 금융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업계는 부가서비스도 더 줄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금융위는 이 역시 허용하지 않았다.
카드사 노조는 지난 주말 기자회견에서 5월 말 총파업을 예고했다. 금융위가 손실보전 방안을 내놓지 못하면 실력 행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카드사 직원들은 수익저하에 따른 감원을 우려한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건 정부다. 수수료에 정치를 입히는 바람에 시장이 덜컹대고 있다. 자영업자 지원은 정부 예산으로 하는 게 정석이다. 민간기업의 팔을 비틀면 이번 사례에서 보듯 사달이 나게 돼 있다. 일자리를 걱정하는 노조원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대형가맹점 수수료에 하한선을 요구하는 것 역시 올바른 대안이 될 수 없다. 관치에 관치를 더하는 격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시장질서를 바로잡지 않는 한 카드수수료 갈등은 배배 꼬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