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보PD, 어퍼컷 당하다!
2019.05.06 17:29
수정 : 2019.05.06 17:29기사원문
전직 드라마 PD 구보씨는 요즘 인터넷에 빠져 산다. 그는 난생 처음 댓글까지 달아봤다. 그런데 터무니없는 비난 댓글들이 줄줄 달려 올라왔다.
"구보 선생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그는 소파에 앉자마자 '한국 만두 권익투쟁위원회 위원장'이라고 적힌 명함을 내밀며 말했다. "구 선생! 인생 그렇게 살지 마세요." 구보씨 생전에 처음 들어보는 비난이었다.
"선생은 왜 중국집에 가면 늘 군만두는 서비스로 달라고 합니까. 우리가 그렇게 만만합니까? 왜 우동, 짜장, 탕수육은 서비스가 아니고, 맨날 우리 만두만 서비스로 나가야 됩니까?"
그의 저돌적인 공격에 구보씨는 반격을 할 수 없었다. 사실 그동안 군만두를 서비스로 많이도 얻어먹었다. 그자는 더 자신감을 얻었는지 만두 탄생 역사나 제대로 알고 그러느냐고 목소릴 높였다. 만두광인 구보씨는 그 점은 잘 알고 있었다. '촉나라 제상 제갈공명께서 남만(南蠻)을 정벌하고 돌아올 때 강에 큰 풍랑이 일어 못 건너자 사람 머리 49두를 바쳐야 한다는 말에 부하를 죽일 수는 없어 밀가루에 돼지고기, 양고기를 사람 머리 모양으로 만들어 던지자 풍랑이 잦아들어 무사히….'
그렇게 잘 아는 분이 우리 만두를 폄하하고 다니냐며 앞으로도 '서비스'란 말을 꺼낼 거냐고 다그쳤다. 구보씨는 엉겁결에 "중국집 주인이 알아서 주니…"라고 했다가, 고객이 왕인 시대에 고객 갑질을 을이 무슨 수로 당하느냐는 반격에 또 유구무언이 되고 말았다. 위원장이란 자는 앞으로 똑바로 처신하라는 말을 남긴 후 성큼 성큼 현관을 나갔다. 마침 다음 날 구보씨는 단골 중국집에서 친구들과 점심 약속이 있었다. 그는 입구에 들어서면서 친한 주인장을 향해 소리쳤다. '주인장, 군만두 만원짜리 한 접시 먼저 주슈!'
그날 밤, 또 누군가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구보씨는 당당하게 문을 열었다. "구보 선생, 어제 군만두위원장 다녀갔죠? 저는 '대한민국 짬뽕 자존심세우기 연합회장'입니다." 구보씨는 또 뭐가 문제냐고 짜증이 나서 물었다. "지금 몰라서 묻습니까? 선생 눈엔 우리 짬뽕이 그렇게 우습나요? 선생은 주위 사람들이 조금만 잘못하면 꼭 웃기는 짬뽕, 웃기는 짬뽕 하잖소. 아니 왜 하고 많은 음식 중에 유독 우리만 웃기는 놈 프레임을 씌워 개차반을 만드나요. 도대체 그 저의가 뭡니까?" 구보씨는 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는 구보씨 얼굴에 짬뽕 국물이라도 뿌리듯 따발총을 쏘았다.
"지금 대한민국 구석구석이 프레임 전쟁하는 줄은 알아요. 틀딱! 좌빨! 수꼴! 메갈녀! 한남충! 토착왜구! 아니 그런 덮어씌우기 싸움질은 잘난 인간들끼리 할 것이지, 왜 죄 없는 우리 짬뽕까지 끌어들여 희생양으로 만듭니까! 선생을 틀딱이라 덮어씌우면 좋으시죠? 어디 대답 한번 해보세요!" 구보씨는 어젯밤보다 더 넋이 나가 멍하니 서 있었다. 잠시 후 계속 지켜보겠다는 소리와 함께 쾅 하고 문이 닫혔다. 그때서야 구보씨는 정신이 번쩍 들어 손으로 자신의 턱주가리를 쓰다듬었다.
이응진 한국드라마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