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는 연예인 병? 걸리기 쉬운 사람은…

      2019.05.25 09:59   수정 : 2019.05.25 09:59기사원문
[편집자주] '마음상담소'는 우리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혹은 겪고 있는 마음의 병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정신과 진료를 기피하는 시선은 여전히 만연하다.

하지만 수많은 정신질환 중 환자가 비교적 거부감 없이 내원하는 병이 있으니, 바로 공황장애다.



최근 몇 년간 유명인들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밝히는 사례가 늘면서, 공황장애의 인지도는 증가하고 공포심은 감소했다.

병에 대해 감추지 않는 것이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발휘하는지 나타나는 사례.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겸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부단장은 "공황장애를 숨기지 않고 치료받으려는 환자가 늘고 있다"며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줄어든 것 같아 커밍아웃하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까지 든다"고 반색했다.

공황장애의 정확한 증상은 무엇이고, 발병률은 얼마나 될까? 노 교수와 공황장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밝힌 유명인이 많은데?

▶굉장히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공황장애를 숨기지 않고 치료를 받으려는 환자가 늘고 있다. 무엇보다 공황장애를 앓는 연예인을 보며 '나도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나. 커밍아웃하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까지 든다.

-전에는 숨기는 환자가 많았나?

▶공황장애도 정신질환이다 보니 쉬쉬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족 중에 환자가 없으면 공황장애라는 병을 모를 정도로 인지도가 낮았다. 연구에 따라 다르지만 공황장애는 일반 인구의 1~5%가 겪을 수 있다고 전해진다. 알고 보면 드물지 않은 병이다.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나도 공황장애가 아닐까'하고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을 것 같은데?

▶알려진 것에 대한 '명과 암'이겠지만, 잘못된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막연히 두렵고 불안하다고 해서 공황장애가 아니다. 공황장애는 정확한 진단 기준을 가지고 있는 정신질환이다.

-공황장애의 증상은 무엇인가?

▶신체적 증상과 정신적 증상이 있다. 신체적 증상은 심장이 두근거리고 호흡곤란이 오는 것. 정신적 증상은 극심한 불안, 내가 이러다 죽겠다는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증상을 반복·지속적으로 느낄 때 공황장애라고 한다.

-공황이 정상적인 반응이라는 말을 들어봤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공황은 극심한 불안을 말하기 때문에 병에 가깝다. 하지만 일반적인 불안은 정상적인 반응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불안감을 느껴야 위험을 피할 수 있다. 불안한 상황이라면 불안해야 하는 게 맞다. 문제는 안전한 상황인데도 불안감을 느껴 공황발작이 일어나는 것이다. 공황장애의 치료 목표는 불안 자체를 없애는 게 아니다. 불안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불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공황을 처음 겪는 환자는 심장 문제라고 착각해서 응급실을 가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공황장애가 알려지기 전까진 정신과를 바로 찾는 환자가 없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숨이 잘 안 쉬어지다 보니 심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응급실이나 내과에 가는 경우가 많았다. 당연히 응급실이나 내과에선 검사를 해도 이상이 없다는 소견이 나온다. 하지만 지금은 공황장애가 많이 알려져서 정신과부터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공황장애의 원인은?


▶한 가지로 규정할 수 없다. 다만, 취약성을 타고난 사람이 있다. 공황장애는 유전병이 아니지만 가족 중에 앓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4배에서 8배 발병률이 높다고 한다.

-공황장애에 걸리기 쉬운 환경이나 직업군이 있을까?

▶연예인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오해가 생길 수 있는데 실제로 연예인이라 해서 공황장애에 많이 걸리지 않는다. 공황장애는 보통 신체반응에 예민한 사람들이 많이 걸린다. 예를 들어 조금만 가슴이 두근거려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다. 또 가족 구성원이 심각한 질병을 앓거나 사망하는 것을 목격하면 건강에 대한 염려와 불안이 생겨서 공황장애에 걸릴 수 있다고 한다.

-결국 불안감에 대한 이야기인데, 우리가 불안감을 느끼기 쉬운 사회에 사는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물론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위험에 노출될 수는 있겠다. 그러나 위험은 예나 지금이나 같지 않을까? 원시시대 때는 맹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하루도 편히 잘 수 없었듯이 말이다. 현대사회의 불안감을 공황장애의 원인으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공황장애는 완치될 수 있나?

▶환자의 30% 정도가 완치된다. 다수의 환자는 약을 끊으면 6개월 안에 재발한다. 완치가 되지 않으면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법은?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가 있다. 약물치료는 단기적으로 먹는 응급약과 장기적으로 먹는 유지치료약으로 나뉜다. 응급약은 효과가 빠른 대신 남용 우려가 있고 금단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때문에 유지치료가 주요하다. 보통 1~2년 이상 먹으라고 한다.

인지행동치료는 공황장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교육이다. 공황발작이 일어난 환자는 본인이 죽을지 모른다는 극도의 공포심에 휩싸인다. 하지만 공황발작으로는 절대 죽지 않는다. 이 사실 믿게 해서 공포심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 사례를 소개해달라.

▶30년 동안 공황장애로 고속도로에서 운전을 하지 못하는 환자가 있었다. 고속도로에 가면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려 병원에 올 때도 국도를 타고 오는 환자였다. 이 환자는 오랜 치료를 받고 불안감에 대한 정확한 인식, 즉 고속도로를 타고 죽지 않는 다는 믿음이 생기면서 증상이 나아졌다. 최근엔 30년 만에 처음으로 고속도로에서 운전을 하게 됐다며 소식을 전했다. 의사로서 뿌듯한 순간이었다.

-공황장애 예방법이 있을까?

▶원인이 불분명한 만큼 예방법도 한가지로 결론 내릴 수 없다. 담배나 커피에 포함된 뇌를 자극시키는 물질이 공황장애를 악화시킨다는 말이 있다.
증상이 있으면 병을 키우지 말고 치료받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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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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