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 없는 '두 남자' 유가도 끌어내렸다
2019.06.13 17:43
수정 : 2019.06.13 19:13기사원문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세계 경기침체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이달 말 하루 120만배럴 감산을 반년 연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유가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영국 런던거래소 국제유가 시세는 미국 석유재고 급증, 석유수요 둔화 전망이 겹치며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유가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고증가가 유가하락 방아쇠가 되기는 했지만 시장을 압박하는 주된 동력은 세계 석유수요 둔화 전망에 있다. OPEC과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들(OPEC+)이 감산을 통해 유가상승을 꾀할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도 미·중 무역전쟁이 세계 경기둔화를 부르고, 이에 따라 석유수요가 둔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석유시장을 짓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은 쉽게 끝날 기미가 안 보이고 있다. 중국은 장기전을 치를 채비를 하는 모습을 보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 중국이 이전에 무역협상에서 미국과 합의했던 조건들을 모두 원위치시키지 않으면 양국 간 협상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유명 석유애널리스트인 어겐캐피털의 존 킬더프 창업파트너는 미·중 무역전쟁이 유가에 계속해서 압력을 넣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주식을 비롯한 다른 자산들은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상승했지만 석유 등 에너지상품은 경제활동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가격이 오른다면서 "다른 자산들은 처방에 더 반응하지만 석유는 질병에 반응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25일 각료회의를 앞두고 있는 OPEC+의 감산유지는 유가를 지지하는 데 제한적 효과만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OPEC+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이 주도해 이번 회의에서 하루 120만배럴 감산을 연말까지로 6개월 연장할 가능성이 높지만 유가하락은 막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감산연장의 유가 지지 역할이 제한적이어서 브렌트 유가를 3·4분기 배럴당 65.50달러 근처에서 붙잡아두는 데 그칠 것이라면서 미국의 셰일석유 증산이 OPEC+의 감산효과를 대부분 상쇄할 것이라고 봤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