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령탑, 홍남기 원톱으로 가라
2019.06.24 16:56
수정 : 2019.06.24 16:56기사원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을 한꺼번에 바꾸는 강수를 뒀다. 청와대는 경질 이유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경제실적 부진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차례 "빠른 시일 안에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도출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경제는 시간이 갈수록 더 나빠졌다. 고용부진으로 시작된 경기악화 흐름은 수출·투자의 동반 감소로 확산됐고, 올 1·4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0.4%)으로까지 이어졌다. 성과 도출에 목말라 있는 문 대통령으로서는 실적부진에 대한 문책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경제실적 부진에 대해 책임을 묻는 풍토는 바람직하다. 다만 그 책임을 정책실장이 지는 시스템은 이해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이 김 전 실장에게 책임을 물은 것은 그를 경제분야 최고 책임자로 생각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청와대 정책실장이 아무리 유능하다 해도 부총리가 해야 할 경제사령탑 역할을 그에게 맡기는 것은 불합리하다. 야전군 사령관을 제치고 참모에게 전투의 지휘권을 맡기는 것과 같아서다.
문재인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경제부총리 위상이 흔들렸다. 경제팀 1기인 김동연 전 부총리와 장하성 전 정책실장은 경제투톱으로 불렸다. 한 배에 사공이 두 명이었다. 경제팀이 한목소리를 내도 난국을 헤쳐가기 쉽지 않은데 투톱은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끊임없이 불협화음을 냈다. 투톱 체제는 성공적 결과를 얻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1년반 만인 지난해 11월 투톱을 동시에 교체했다. 특히 예산국회가 열려 있는 상황에서 경제부총리를 바꾸는 모험을 했다. 투톱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어느 한쪽만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
문 대통령은 홍남기 현 부총리와 김수현 전 정책실장을 경제팀 2기로 내세웠다. 김 전 실장은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투톱이란 말이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전임자들의 투톱 시스템이 낳은 부작용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그는 이 약속을 지켰다. 지난 7개월 동안 언론이나 관가에서 투톱이란 말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김수현 원톱이란 말이 나왔다. 김 전 실장은 노무현정부 때부터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일했다. 이후 두 차례 대선에서도 문재인 캠프에 참여했다. 문정부 출범 초기에는 부동산·탈원전·소득주도성장 등의 국정과제 설계작업을 진두지휘했다. 홍 부총리는 실세 정책실장에 막혀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
정부에는 엄연히 경제를 총괄하는 경제부총리가 있다. 경제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일을 하는 경제관료들도 부총리 산하에 있다. 경제사령탑의 역할은 이들을 잘 지휘해서 성과를 도출하는 일이다. 그 일은 경제부총리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은 부총리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경제사령탑은 홍 부총리 원톱으로 가야 한다.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할 때의 책임도 부총리에게 묻는 것이 정상이다.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이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제 컨트롤타워는 홍남기 부총리"라고 말했다. 이 말이 허언이 아니기를 기대한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