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백색국가 제외’해 세계경제 교란 말라
2019.07.14 17:43
수정 : 2019.07.14 17:43기사원문
전략물자 유출 의혹은 애초 일본 정부가 제기했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이 과거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일본 측의 하자도 가볍지 않다. 일본 업체가 벤츠 승용차나 담배 등 유엔 결의로 금지한 사치품을 북한에 불법수출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일본이 근거 없는 전략물자 유출설을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명분으로 삼기 전에 객관적 국제기구의 조사에 응해야 할 이유다.
일본 측이 예정대로 다음달 22일께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다면 1100여개 품목이 영향을 받게 된다. 이들 첨단 화학·전자 제품 생산에 국가 간 분업화가 얽히고설켜 있어 대한 수출규제는 글로벌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일본은 세계 시장을 교란하는 잘못된 정책을 이어갈 경우 자국의 국제 신인도는 약화되고, 중국의 경제 패권이 강화되는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다만 당장 우리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14일 전경련의 기업인과 통상전문가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라. 사태가 장기화하면 한국이 더 큰 피해를 본다는 답변이 62%로, 일본의 그것(12%)보다 훨씬 높았다. 한국이 무역의존도가 더 큰 데다 일본으로부터 더 많은 대체 불가능한 핵심 소재와 부품을 공급받고 있기 때문일 게다.
그렇다면 문재인정부가 일본과 경제보복전을 계속할 까닭은 없다. 잘해야 상대에 중상을 입히고 스스로 치명상을 당한다면 아니함만 못하다. 더욱이 이번 사태가 강제징용 문제 등 한·일 과거사에서 비롯됐다면 미국 등 제3국의 중재로 푸는 데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실제로 김현종 청와대 안보실 2차장이 워싱턴을 찾았지만 별 소득이 없지 않나. 과거사 갈등은 일본 쪽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고 하더라도 과거에만 매달려 양국의 현재와 미래를 희생한다면 현명하지 못한 일이다. 정부가 민간기업을 무역전쟁의 최전선에 세울 게 아니라 최고위급 외교 담판에 나서는 게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