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울리는 다저스의 수비 불안

      2019.07.15 20:52   수정 : 2019.07.15 20:52기사원문
2004년 8월 1일(이하 한국시간) LA 다저스는 트레이드 마감시간에 임박해서 외야수 한 명을 보스턴으로 보냈다. 그 대가로 보스턴의 마이너리그서 헨리 스탠리라는 선수를 받아들였다. 당시 이 트레이드를 눈여겨 본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



헨리 스탠리도 다저스에서 보스턴으로 건너 간 선수도 주목을 끌기에는 너무 평범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그러나 이 트레이드는 '야구의 역사'를 바꾸어놓는 예상 밖의 결과를 초래했다.

두 달여 후. 보스턴 레드삭스는 뉴욕 양키스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를 벌였다.
보스턴은 1919년 이후 무려 85년 동안 월드시리즈 우승을 못한 상태였다. 그 해 보스턴은 양키스에 내리 3연패했다. 10월 18일 보스턴의 홈구장 펜웨이파크에서 벌어진 4차전.

양키스가 9회 초까지 4-3으로 앞서 있었다. 양키스에는 철벽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가 버티고 있었다. 사실상 경기는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 9회 말 선두타자 밀러의 볼넷. 데이브 로버츠가 대주자로 기용됐다. 얼마 전 다저스에서 트레이드돼 온 선수였다. 로버츠는 2루를 훔쳤고, 결국 홈까지 밟았다.

보스턴은 연장 승부 끝에 역전승했다. 마침내 4승 3패로 양키스를 물리치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로버츠의 도루가 실패했더라면 보스턴의 3연패 후 4연승도, 86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도 없었을 것이다.

알렉스 코라는 당시 다저스 소속 선수였다. 로버츠와는 2년 반 동안 다저스에서 한 솥밥을 먹었다. 로버츠는 2016년 다저스 구단 역사상 최초로 유색인종 출신 감독이 됐다. 코라는 2018년 보스턴의 감독에 취임했다.

이 둘은 지난 해 가을 월드시리즈서 만났다. 코라 감독의 완승이었다. 데뷔 첫 해 우승을 차지한 역사상 5번째 감독이 됐다. 지난 13일부터 벌어진 다저스와 레드삭스의 3연전은 그 리턴매치였다. 15일 벌어진 경기는 월드시리즈 2차전과 똑같은 선발 투수로 주목받았다. 류현진(32·LA 다저스)과 데비빗 프라이스.

다저스 선발 류현진은 1회에만 2점을 내줬다. 7이닝 2실점. 비자책점이 돼야 할 점수가 모두 자책으로 둔갑했다. 다저스 내야진의 기록되지 않는 실책이 잇달았다. 1사 1루서 3번 보가츠의 유격수 땅볼은 병살로 처리될 타구였다. 그런데 안타.

2사 만루서 실점의 빌미가 된 6번 베닌텐디의 타구도 실책이었다. 기록은 원 히트, 원 에러. 이후 류현진은 12타자를 잇달아 범타 처리했다. 다저스는 유격수 크리스 테일러, 2루수 키케 에르난데스, 3루수 맥스 먼시라는 낯선 내야진을 선보였다.

내야수라면 어디를 맡겨도 제 역할을 할 것 같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 유격수와 2루수는 수비 방향이 반대다. 3루수는 3루수대로 다르다. 로버츠 감독은 종종 내야 수비위치를 바꾼다. 코라 감독은 거의 제 위치를 고수한다.

외야수 출신 감독들을 인터뷰해 보면 대부분 낙관적이다. 긍정적인 점은 좋지만 촘촘하지 못하다. 내야수 출신 감독들은 소극적이지만 깐깐하다. 코라 감독은 유격수 출신이다. 류현진은 땅볼 유도가 많은 투수다.
뜬 공에 비해 땅볼 타구가 1.13배 많다. 다저스는 연장 승부 끝에 7-4로 이겼다.
류현진의 승 하나가 공중에 날아 간 기분이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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