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내 볼티모어 때린 트럼프…"인종 분열 의도" 비난 쏟아져

      2019.07.29 18:06   수정 : 2019.07.29 18:06기사원문
【워싱턴=AP/뉴시스】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미국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회는 6월12일(현지시간) 윌리엄 바 법무장관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에 대해 의회 모독죄 적용 결의안 표결을 강행했다. 사진은 위원회에서 발언하는 일라이자 커밍스 위원장(사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말 내내 트위터로 커밍스 위원장의 지역구인 볼티모어를 "역겹고 쥐와 설치류가 들끓는 난장판" 등으로 묘사하며 맹비난했다. 2019.07.29.
【서울=뉴시스】남빛나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말 내내 트위터로 흑인이 많이 거주하는 메릴랜드주 볼티모어를 강도 높게 비난한 데 대해 여론이 들끓고 있다.

미국 대통령이 한 지역을 겨냥해 "역겹고 쥐와 설치류가 들끓는 난장판", "어떤 사람도 살고 싶어하지 않는 곳"이라고 깎아내린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스쿼드(Squad·한 무리)'로 불리는 민주당 유색인 신예의원 4인방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라고 한 데 이어 또 인종차별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내놨다고 우려했다.

28일(현지시간) 정치 전문 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원 정부감독개혁 위원장이자 흑인이 다수인 지역구를 대표하는 일라이자 커밍스 의원을 공격하며 또 인종적 긴장을 고조했다고 보도했다.
볼티모어 인구의 약 60%는 흑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인 27~28일 십수개의 트윗을 연이어 올리며 볼티모어 때리기에 나섰다. 트위터에는 "커밍스 의원은 남부 국경의 상태에 대해 국경경비대의 훌륭한 남녀 대원들에게 고함을 치고 소리를 지르는 잔인한 불량배였다", "실제로 (커밍스 의원의 지역구인) 볼티모어 지역은 훨씬 더 나쁘고 위험한 지역이다", "그의 지역은 미국에서 최악으로 여겨진다" 등의 내용이 게시됐다.

흑인인 커밍스 의원은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나 존경받는 13선 중진의원이 됐다고 더힐은 전했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불만을 갖고 있는 온갖 이슈를 주도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펜타곤에서 열린 마크 에스퍼 신임 국방장관 취임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2019.07.29.
커밍스 의원이 이끄는 감독개혁위원회는 트럼프 행정부의 눈엣가시다. 연방정부 인구조사와 관련해 소환에 불응한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과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에 의회 모독죄를 적용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를 지낸 마이클 코언을 불러 증언을 듣고,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 이민 정책으로 이민자 처우가 악화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남부 국경 상황에 대해서도 청문회를 열었다.

또 백악관에서의 공무에 개인 이메일과 메신저를 사용한 혐의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 백악관 보좌진을 소환하기로 결정했다.

커밍스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대통령, 나는 매일 내 지역구에 간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내 이웃들을 위해 싸운다. 행정부를 감독하는 건 나의 헌법적인 임무이지만 유권자를 위해 싸우는 건 내 도덕적인 의무"라고 응수했다.

2020년 대선 민주당 경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CNN에 출연해 "미국의 도시를 공격하고 미국인을 공격하고 내 친구를 공격하는 사람이 미국 대통령이라니 믿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CNN 앵커 빅터 블랙웰은 관련 소식을 전하다가 "대통령은 누가 거기(볼티모어)에 살고 싶어하는 지 아는가? 나다. 병원에서 태어나 집으로 옮겨진 순간부터 대학에 갈 때까지 나는 그곳에서 살았다. 그리고 내가 아끼는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그곳에 산다"며 목이 메인 듯 말을 잇지 못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CBS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과 관련해 왜 일각에서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판이 나오는지 이해한다면서도 "그렇다고 그게 인종차별주의라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그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그는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옹호했지만 비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려 커밍스 의원이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맞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인종차별주의자인 일라이자 커밍스가 본인 지역구의 좋은 사람들과 볼티모어를 위해 에너지를 더 집중했더라면 볼티모어의 혼란은 수습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인종적인 분열을 유발하려는 의도로 2주 전에도 유색 민주당 여성 의원에 대해 인종차별적인 트위터를 올려 전국적인 분노를 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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