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보복 한달… 기업은 발로 뛰고 정치는 말만 했다

      2019.08.07 17:36   수정 : 2019.08.07 18:31기사원문

"기업인들은 사활을 걸고 뛰는데, 정작 사태를 해결해야 할 국회는 네탓만 하고 있으니…."

최근 한·일 경제전쟁으로 비화된 일본의 수출제재 강화로 비상경영에 돌입한 4대그룹의 고위 임원은 현 상황을 둘러싼 정치권의 작태를 이렇게 원망했다.

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이후 직접 일본과 생산현장을 찾는 등 해법 마련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일본의 제재가 시작된 지 한달이 넘도록 이전투구에만 빠져 있어 재계의 원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위기 때마다 기업은 발벗고 나서지만 정치권은 '강 건너 불구경'식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 1995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베이징에서 일침을 놓은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는 상황이 24년이 지나도록 바뀌지 않고 있다"고 원색적인 비난마저 쏟아내고 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일본 제재의 최대 피해기업으로 떠오른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은 한달 넘게 현장을 오가며 사실상 '야전사령관'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가) 제외 조치 직후인 지난 5일 전자계열 사장단을 긴급 소집해 비상대책회의도 진행하고, 6일부터는 충남 온양 반도체조립공장을 시작으로 현장경영에 돌입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달 초 일본의 3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규제조치가 나오자 곧바로 홀로 현지출장에 나서 5박6일간 금융권과 공급사 등을 만나 재고 확보 등에 집중했다.

최태원 SK 회장도 지난 6일 그룹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비상회의를 소집하며 사태수습에 몰두했다. 최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CEO들에게 "위기극복 DNA로 슬기롭게 대처하자"며 철저한 대비를 당부했다. 최 회장은 "필요하다면 일본에 갈 생각도 있다"며 상황별 대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일본을 방문해 현지 부품공급망을 점검하고 수소차 등 미래 핵심사업에 미칠 영향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광모 LG 회장도 지난달 경기 평택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을 방문해 주요 소재 확보와 개발 현황을 비롯해 일본 규제 대응방안 등을 꼼꼼하게 점검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일본 규제조치 이후 평소보다 빈번하게 일본을 오가며 현지상황 점검과 대책수립을 직접 챙기고 있다.

반면, 경제전쟁의 엄중한 상황에서도 정쟁만 거듭하는 정치권의 행태는 기업인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정부와 여당은 내년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밟기 위해 반일감정 확산을 이용한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야당 역시 합리적 대안보다는 청와대와 집권 여당 흠집내기에 열을 올린다는 지적이다.


산업계에서 줄기차게 요구해온 각종 규제완화 법안들은 국회에서 줄줄이 답보상태다. 주52시간 근로제의 보완책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법은 7개월째 처리되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탄력근로제 입법 지연으로 당장 소재·부품 연구개발이나 대체재를 확보해야 하는 기업들의 손발이 묶였다"고 답답해했다.

gmin@fnnews.com 조지민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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