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과 법정퇴직금 전환
2019.08.12 17:15
수정 : 2019.08.12 17:15기사원문
연금수리적으로 볼 때 연금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7%로 단계적으로 높여야만 2057년 이후에도 안정된 적립기금하에서 연금을 지급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경제가 불황국면으로, 가계와 기업이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 보험료율 인상을 설득하기 쉽지 않다.
국민연금의 명목 소득대체율은 대부분 선진국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연금보험료율은 우리나라가 9%인 데 비해 다른 선진국은 18∼20%로 거의 2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보험료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법정퇴직금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40% 안팎의 소득대체율을 가진 공적연금을 운영하면서 법정퇴직금을 동시에 의무화하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현 시점에도 노후소득 보장관련 국민부담은 국민연금(9%)과 법정퇴직금(8.33%)을 합해 17.33%이고, 정부재정부담의 기초연금(GDP의 1%)이 있다.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수지균형보험료율 수준(17%)으로 맞추려면 8%를 추가로 높여야 하는데 이것은 현재도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도 난망하다.
연금개혁과 관련해 꽉 막힌 현실에서 타개책 하나로 법정퇴직금 부담률 8.33% 중 일부를 국민연금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가령 3%를 전환하면 국민연금보험료율은 9%에서 12%가 되고, 법정퇴직금 부담률은 8.33%에서 5.33%로 변경된다. 이 방안은 1986년 국민연금법을 처음 제정할 때 '퇴직금전환금' 이름으로 존재했지만 1998년 말 국민연금법 개정 시 충분한 사회적 논의도 없이 폐지됐다. 법 제정 당시 인식했던 퇴직금 일부 기능을 국민연금으로 전환할 필요성을 현 시점에서 다시 복원하는 방안이라 할 수 있다.
법정퇴직금을 후불임금으로 인식하는 노동계 입장에서는 이를 쉽게 수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지만 재정악화 국면에 있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5%포인트 이상 높이자는 노동계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트레이드 오프(trade-off)로 진지한 검토가 요망된다. 국민연금 적용 대상자이지만 법정퇴직금 대상자가 아닌 지역가입자는 연금보험료율을 동일하게 인상하면 된다. 이때 영세 자영자의 부담 증가에 대해서는 기존 사회보험료 지원사업과 근로장려금 제도를 활용, 지원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퇴직금이 없는 1년 미만 근로자에 대해서는 퇴직금전환금만큼은 사용자가 선부담하는 방안이 있다. 국민연금보다 오랜 역사를 가진 법정퇴직금을 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위기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확실한 노후소득보장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시야를 넓혀 소득보장제도 간 조정도 대안으로 논의가 필요하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