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후보, 사퇴 말고 무슨 수가 있나
2019.08.25 17:01
수정 : 2019.08.25 17:01기사원문
조 후보자가 국민 앞에서 두 번 머리를 숙였지만 국회 청문회를 거쳐 장관으로 취임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야당은 아예 청문회를 여는 것 자체에 반대다. 여론도 나쁘다. 25일 한국리서치가 KBS '일요진단 라이브'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22~23일)를 보면 조 후보자가 장관직 수행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48%나 됐다. 적합은 18%에 그쳤다.
무엇보다 대학가 분위기가 심상찮다. 조 후보자의 딸이 입학해서 공부한 고려대, 조 후보자가 교수로 있는 서울대에서는 지난 23일 촛불시위가 열렸다. 학생들은 '명백한 진상규명' '조국이 부끄럽다' '내로남불 표리부동'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문재인정부는 자칭 촛불정권이다. 그 정권을 상징하는 인물 중 한 명인 조 후보자를 향해 젊은 학생들이 촛불을 든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공손히 머리를 숙인다고 반발이 사그라들 단계는 지난 것 같다. 조 후보자가 자진사퇴 여부를 심각히 고려하기 바란다. 그 기준은 춘풍추상(春風秋霜)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비서관실에 춘풍추상 액자를 선물했다.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나를 대할 때는 가을 서릿발처럼 엄격하게 하라는 뜻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특히 자신에게는 가을서리를 넘어 한겨울 고드름처럼 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 후보자는 시중에 내로남불을 넘어 '조로남불' 신조어가 떠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는 조 후보자에게 청문회에서 해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제기된 의혹은 아직 검증된 사실이 아니다. 국회가 인사청문회 제도를 둔 것은 후보자의 말을 한번 들어보자(청문·聽聞·Hearing)는 취지에서다. 우리가 의회민주주의를 신봉한다면, 장관 후보자가 사퇴하지 않는 한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청문회를 여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