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불신, 좌·우 아닌 기득권의 문제
2019.09.19 17:19
수정 : 2019.09.19 18:51기사원문
사건을 좀 더 근본적으로 살펴보자. 조 장관의 딸과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의 아들은 같은 한영외고 출신이다.
최근 논란이 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아들도 마찬가지다. 나 원내대표의 아들은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지난 2014년 7~8월 여름방학 때 서울대 의대 윤형진 교수의 의공학교실에서 인턴으로 실험에 참여했다. 윤 교수와 나 원내대표는 같은 서울대 82학번이다. 나 원내대표의 아들이 아무리 우수한 학생이라 하더라도, 나 원내대표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이 국립대인 서울대 인턴으로 참여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교육정보 격차를 만든다. 상층부 자녀는 하층부 자녀보다 좋은 학력, 좋은 스펙을 쌓기에 유리하다. 이는 좋은 일자리와 사회적 지위로 이어진다. 학벌주의, 지역격차, 주거불평등 등 다층적 불평등 구조가 맞물려 돌아간다. 이 지위는 후세대로 이어진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지금의 대입제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크다. 기득권 세력이 교육정보 격차를 통해 현행 입시제도를 본인들 입맛에 맞춰 이용하거나 악용한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과연 조 장관과 나 원내대표 외에 다른 고위공직자 자녀들의 입시에는 문제가 없을까? 현행 고위공직자들은 개인 재산과 자녀들의 병역이행 여부를 공개하고 있다. 이를 대입까지 확대하는 것도 검토해볼 것을 제안한다. 고위공직자 자녀들의 입학 과정이 정시인지 수시인지, 수시라면 어떤 전형으로 입학했는지 공개한다면 적어도 개정 1년밖에 지나지 않은 대입제도를 재개정하자는 얘기는 나올 것 같지 않다. 물론 국회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쉽지는 않겠지만, 개정된다면 입시제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다소 해소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leeyb@fnnews.com 이유범 정책사회부